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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순풍에 돛달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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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조선 업종이 쾌속 순항하고 있다. 두달 전 외국계 증권사가 제기한 조선업 경기의 사이클 하락 논쟁 등에 휘말려 주가가 힘없이 밀리던 무기력증을 완전히 떨쳐낸 모습이다. 11일 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한진중공업.현대미포조선 등은 5~7% 급등하며 모두 52주 신고가(장중 포함)를 경신했다. 대우조선해양도 2% 가까이 오르는 등 상승세에 합류했다.

조선공업협회와 증시 애널리스트들은 원.달러 환율 및 후판(선박 외양을 만드는 철판) 가격이 지금처럼 안정세를 유지한다면 앞으로 2~3년간 조선업종은 순풍에 돛단 듯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낙관했다.

한국증권 강영일 연구위원은 "노후 선박 교체 시기 등과 맞물려 선박 수요가 급증하는데다 환율과 후판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국내 조선업계는 적어도 2008년까지 최고의 호황을 누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조선업계는 2000년 이래 일본을 따돌리고 선박 수주에서 세계 1위 자리를 고수해 왔다.

그러나 화려한 명성에 걸맞지 않게 내실은 그리 좋지 못했다. '수주 호황'은 이어졌지만 2년여 정도 걸리는 선박 제작 기간 동안 환율 급락이나 후판 가격 급등을 제대로 예측 못해 번번히 앉아서 수익을 까먹는 악순환이 되풀이 됐기 때문이다. 조선공업협회 관계자는 "최근 2~3년 간은 조선업계 수주 호황의 과실을 해운업계나 철강업체들이 따먹은 시기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4년에 접어들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바닥을 기던 선박 수주 단가가 상승세로 돌아서고 국내 조선업체들이 '묻지마 수주'를 벗어나 앞선 기술력을 내세워 LNG 운반선 등 고부가 가치 선박 위주로 물량 확보 전략을 확 바꾸면서다. 이달 만해도 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3사는 카타르에서 발주한 LNG선 12척을 모두 싹쓸이 했다.

삼성증권은 한발 더 나아가 일본.중국 등 경쟁국들을 따돌리고 국내 조선업계가 10년 이상 '나홀로 호황'을 구가할 것이란 낙관론을 펴고 있다. 이 증권사 구혜진 연구위원은 "일본의 조선업은 기능 인력의 고령화와 정체된 설계 기술로 10년 이내에 시 조선 주류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역시 선박 건조 경험 부족으로 생산성이 떨어져 한국을 따라 잡으려면 국내조선 업계가 일본을 따라잡고 추월한 기간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게 구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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