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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전환 빌미로 비정규직 여성 성희롱한 서울대공원 직원 4명 중징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대공원 매표 업무를 하고 있는 비정규직 여성 A씨는 지난달 서울시 인권센터에 정규직 상사들 여럿이 계약직 여성들을 수시로 성희롱했다고 신고했다. 내용은 이랬다.

B과장은 지난 여름 워크숍에서 A씨의 옆에 앉아 손을 잡고 어깨와 허리를 쓸어내렸다고 한다. 술에 취해서는 엉덩이까지 만졌다. C팀장은 비정규직 여성 직원들에게 “어린 것들과 노니까 좋다. 머리끈좀 줘봐라. XX를 묶어버리게”라고 성희롱했다고 한다. 이를 본 D실장은 “팀장이랑 같이 방을 쓰면 오늘이 첫날밤인가”라고 말했다. 특히 D실장은 여성임에도 다른 남성 상사들과 함께 비정규직 성희롱을 조장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비정규직 여성들이 이런 행동을 참은 건, 정규직 전환을 앞둔 시기였기 때문이다. C팀장은 수시로 “공무직 전환이 다 되는 거 아니다. 가만히 안두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또 술자리에 비정규직 여성의 참석을 매번 강요했다.

신고를 접수한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은 한달여 조사를 거친 끝에 이같은 내용이 사실이라고 결론냈다. 27일 인권보호관은 예약직 여직원을 성희롱한 서울대공원 직원을 징계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울 것을 서울시에 권고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서울대공원 직원들을 중징계하기로 했다. 세부 징계 내용은 인사위원회 등을 통해 조만간 확정한다. 또 서울시는 비정규직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책을 발표했다.

서울시가 내놓은 대책은 ^직장 내 괴롭힘 기준, 근절대책 및 지원제도 마련 ▶내부신고 핫라인 구축 ▶준공무직 전환 대상자(예정자) 밀착 관리 ▶성희롱ㆍ언어폭력 재발방지 종합대책 홍보 강화 등이다. 우선 노무전문가ㆍ인권변호사ㆍ노조관련자 등으로 구성된 ‘직장 내 괴롭힘예방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든다. TF팀은 아직 법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은 직장 내 괴롭힘의 기준, 관리자의 책임과 역할, 신고절차 및 지원제도,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책 등을 마련하게 된다.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을 우려해 부당행위를 겪고 있음에도 소극 대응하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위한 내부신고 핫라인(02-2133-7878)을 개통한다. 핫라인은 서울시 일자리와 노동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경제진흥실장에 곧바로 연결된다. 피해사실을 신고하면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정규직 전환 예정자를 명단으로 확정해 부당한 업무 배제나 인사조치 등 불합리한 경험이 있는지 일대일 밀착관리에 나선다.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불이익 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아울러 서울시가 지난 9월 발표한 ‘성희롱ㆍ언어폭력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공무원은 물론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도 교육ㆍ홍보해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박문규 서울시 일자리기획단장은 “비정규직 및 조직문화를 관리하는 관련 부서들이 중복적인 점검 및 감독 등을 통해 동일한 사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하고 사후관리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강인식 기자 kang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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