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보상에서 제외 됐다" 북파 장교 출신 자살

중앙일보

입력

북파공작원 장교 출신인 50대 남자가 자신을 포함한 북파 장교들이 정부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비관해 오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4일 오전 11시쯤 예비역 대위 金모(59)씨가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공원에서 목 매 숨져있는 것을 金씨의 자녀들이 발견했다.

金씨는 숨지기 직전 아들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첩보요원 전우회에 연락하라. 병원은 보훈병원으로 하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金씨의 자녀들은 "아버지가 1968~69년 북파공작원 팀장으로 비무장지대 등에서 공작원들의 귀환을 지원하는 임무를 맡았으며, 비무장지대에 뿌려진 고엽제 후유증으로 72년에는 위암수술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金씨는 지난달 29일 장교 출신으로 북파공작원 임무를 수행한 요원들의 보상문제와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를 면담했으나"장교 출신에 대해선 보상 방침이 없다"는 말을 듣고 이를 비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金씨가 보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내용 등으로 미뤄 보상문제와 2년 전부터 앓아온 우울증이 겹쳐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金씨가 회원으로 있는 북파공작원 관련 8개 단체 연합조직인 '대한민국 첩보요원 총연합회'金정식(55) 회장은 "金씨가 평소'보상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분신이라도 하겠다'고 말해왔으며, 어렵게 국방부측과 면담을 가졌으나 본인의 뜻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자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金씨와 같이 장교 출신으로 사실상 북파공작원 임무를 맡았으나 장교라는 이유로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 인원은 모두 2백여명에 이른다.
천인성 기자guch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