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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파일 그 기업이 알고싶다] 11. 대림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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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 건축사업부 직원들이 지난 주 경북 경산에서 불우이웃에 집을 지어주는 해비탯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지역사회 봉사를 위한 한숲봉사대를 운영하고 있다.[대림산업 제공]

매출 4조원대 거대기업 대림산업의 일터 분위기를 압축해 표현해주는 아이콘은 이 회사 심벌마크 자체다. 두 사람이 어깨동무를 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형상화한 푸른색의 심벌마크는 이 회사가 '협동과 단결'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한눈에 보여준다. 한 사람의 '튀는 인재'보다는 안정적인 팀 플레이가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성과급 등을 책정할 때도 같은 부서 내 동일직급이 받는 금액 차이는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토목관리부 최재경(32) 대리는 "건설업은 혼자 잘해서 끌고 가는 게 아니라 뭉쳐야 잘할 수 있다"고 했다. 특정 부문의 공사를 빨리 끝낸다고 건물 전체가 완공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e-편한세상'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로 잘 알려진 대림산업은 1939년 창업한 국내 대표 건설회사다. 외환위기 이후 일부 구조조정을 했지만 화학부문도 거느리고 있다. 1966년 건설 도급순위 1위를 기록한 이후 건설업계 빅5의 위치를 꾸준히 고수하고 있다. 50년간 100대 기업의 위치를 유지하면서 24년간 계속 흑자배당을 할 정도로 탄탄하다.

◆ 장기 근속자 많아=대림산업에는 오래 근무한 이들이 유난히 많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12.5년으로 건설업계에서 가장 길다. 회사 측은 '가족 같은 분위기'를 이유로 꼽는다. 기획실 정기찬(28)씨는 "오래된 기업에서 흔히 나타나는 경직되고 관료적인 분위기가 없다"며 "장기근속자가 많지만 나이나 직급이 의사소통에 장벽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오정(45세 정년).오륙도(56세까지 일하는 도둑) 등과 같은 유행어가 나오는 요즘 시대에 '장기 근속' 자체가 큰 혜택일 수 있지만 오래 다니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더 있다. 20년 근속자에는 동남아 5박6일 여행을, 25년 근속자에는 유럽 7박8일 여행을 부부 동반으로 보내준다. 20년 이상 근무한 뒤 퇴직한 사람 가운데 전문 기술이 있는 이들은 계약직으로 다시 채용한다. 장기 근속자 자녀는 면접 때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우대한다.

◆ 급여수준 높은 편=회사 측이 "업계 최고 수준"이라며 공개한 급여 수준은 본사 근무기준으로 신입사원 초봉은 3800만원, 대리 5000만원, 과장 5900만원, 차장 7200만원, 부장 8500만원 수준이다. 사원(4년)-대리(4년)-과장(5년)-차장(4년) 등으로 승진이 비교적 늦은 편임을 감안하더라도 급여는 꽤 높은 편이다. 홍보팀 유제규 과장은 "쓸데없는 형식을 버리고 절감한 비용을 직원의 몫으로 돌린 것"이라며 "종업원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는 조직원의 사기를 높여 회사에 좋은 성과로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복리후생도 잘 돼 있다. 3년 이상 근속자들은 '지구촌 건설문화 탐방'을 위해 15일간 유럽 배낭여행을 갈 수 있다. 교통비와 숙박비는 물론 일부 식비까지 회사에서 지원한다. 자녀 수에 상관없이 대학 학비의 65%까지 내준다. 연 300만원 한도에서 가족의 의료비도 대준다.

◆ 독특한 건설회사 문화=건설회사답게(!) 회식자리에서 심심찮게 폭탄주가 돈다. 하지만 젊은 사원들은 "충분히 배려하는 분위기"라고 입을 모은다. 플랜트기술부 류준엽(32) 대리는 "건설사라고 과거처럼 무조건 술 먹이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했다. 선후배들간에 식사하거나 술을 먹으면 '반드시' 선배가 돈을 낸다. 직장 분위기는 가족적이면서도 다소 보수적이다. 한 직원은 "부장이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면 부원들이 함께 무대로 나간다"고 했다.

건설사인 만큼 현장근무는 반드시 한 번 이상 거쳐야 한다. 여성도 예외는 아니다. 상품기획을 하는 라이프 크리에이팅 팀에서 일하는 방안제라(31.여)씨는 2002년 6월부터 1년간 서울 주상복합 아파트 현장에서 일했다. 23층 2개 동을 하루종일 오르내리면서 현장 인부들과 의사소통을 해야 했다. 현장은 본사와 출퇴근시간부터 다르다. 방씨는 "현장에서는 보통 오전 6시50분쯤 출근해 오후 8~9시까지 일했다"며 "힘들었지만 지금 본사 근무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서경호 기자

※다음 주(8월 17일자) X-파일 ⑫회는 GS칼텍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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