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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들 다시 일어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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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신용카드사들이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부실 회원을 양산해 경제 발목을 잡던 애물단지에서 흑자 기업으로 변신하는가 하면 높아진 신인도에 힘입어 외국에서 잇따라 돈을 끌어오고 있다.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구조조정에 매달린 끝에 맺은 과실이지만 아직 숙제도 남아 있다.

◆이렇게 하니 돈 벌려=LG카드는 올 상반기에 7716억원에 이르는 순이익을 거뒀다. 증자 문제 등으로 존폐 기로에까지 몰렸던 지난해 말과는 딴판이다.

이 회사 이석엽 이사는 "원래 카드 발급 자격이 안 되는 이들을 대거 정리하면서 회원 수가 1200만 명에서 950만 명으로 줄었다"며 "현금 서비스나 신용판매 대금을 갚을 능력이 있는 회원 위주로 영업을 확 바꿨더니 경영도 정상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부실 회원들의 카드빚을 대환대출(조금씩 나눠 갚는 것)로 일제히 전환했는데 상환 실적이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길거리 회원 모집으로 상징되던 마구잡이 출혈경쟁에서 벗어나 우량 회원을 키우는 쪽으로 장사하니 돈이 벌리더란 얘기다.

현대카드도 비슷하다. 지난해 상반기에 1766억원의 적자를 낸 이 회사는 올 상반기에 110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더 블랙' 카드를 출시하고 무료 교양강좌인 '클럽 아카데미'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우량 고객을 위한 마케팅에 힘을 쏟은 결과"라고 말했다. 후발주자여서 상대적으로 우량한 롯데카드와 신한카드도 상반기에 각각 710억원과 276억원의 흑자를 냈다. 다만 삼성카드는 1분기에 1조7000억원의 충당금(떼일 것에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돈)을 적립한 결과 상반기 전체로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2분기엔 540억원가량의 흑자를 내는 등 체질이 바뀌고 있다.

◆밖에서도 후한 점수=박해춘 LG카드 사장은 8일 홍콩에서 메릴린치(주간사)와 카드매출 채권을 담보로 하는 4억 달러 규모의 자산담보부증권(ABS)을 발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ABS를 살 해외 투자자들이 그만큼 많았기에 대규모 계약 성사가 가능했다.

박 사장은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ABS에 대해 'AA-'등급을 매겼다"며 "LG카드의 좋아진 자산 건전성을 국제 금융시장에서 확인받은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카드는 10일 미국의 GE 캐피털과 자본 유치 계약을 체결한다. GE는 현대카드의 지분 43%를 6000억~8000억원 수준에서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GE의 글로벌 영업망과 선진 금융 기법을 활용해 영업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넘어야 할 산은=부실자산 축소와 이전에 까먹은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수익성을 높이는 것도 과제다. 전문가들은 현금 서비스 및 가맹점의 수수료 등을 올리기 힘든 상황인 만큼 고객에게서 받는 돈을 어떻게 차별화하느냐가 수익성을 가늠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투자증권 임동필 애널리스트는 "하반기에 개인신용평가(CB.크레디트뷰로) 체제가 본격 도입되는 만큼 회원들의 등급 높낮이에 따라 차별적으로 수수료를 잘 매기는 회사가 수익성을 꾸준히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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