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잘못으로 700원 비싸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민자유치 사업으로 2009년 개통 예정인 서울~춘천 고속도로의 통행료가 정부 잘못으로 비싸게 책정된 것으로 밝혀졌다. 통행료는 이미 정부와 민간사업자가 협약으로 확정해 다시 낮추기 어려운 상태다.

이런 사실은 감사원이 올해 초 건설교통부 재무감사를 하면서 드러났다.

감사원과 건교부에 따르면 건교부는 2004년 3월 현대산업개발, 현대.롯데 건설 등 5개 건설사가 참여한 민간 컨소시엄과 서울~춘천고속도로 건설협약을 했다.

건교부는 이 민간 컨소시엄에 투자수익률 12.3%를 보장해 주기로 하고, 서울~춘천 구간 통행료를 5200원으로 책정했다. 투자수익률은 민간 사업자에게 일정한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사업비의 차입금리, 각종 위험보상률, 운영수입 보장 등을 감안해 정한다.

감사원은 당시 건교부가 협약 체결 당시 투자수익률 책정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차입이자율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간 컨소시엄이 건교부에 제출한 차입이자율은 10%로 이는 2000년을 기준으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협약을 체결한 2004년에는 이자율이 많이 떨어져 이를 반영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2002년을 기준으로 해도 이자율은 7%로 낮아졌다"며 "이것만 제대로 반영해 투자수익률을 결정했다면 통행료는 현재 정해진 것보다 700원가량 싼 4500원이 된다"고 밝혔다.

통행료를 책정할 당시 춘천시 등에서는 "일반 고속도로에 비해 통행료가 2배 가까이 비싸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건교부는 "민간사업자가 15.4%의 투자수익률을 요구했으나 협상을 잘해 12.3%로 낮춘 것"이라고 생색을 내기도 했다.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7일 "정부는 민자 도로가 특성상 일반 고속도로보다 통행료가 비싸다는 해명만 할 것이 아니라 실제 통행료 책정이 적정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사 결과 당시 건교부는 투자수익률 검토 업무를 국토연구원에 의뢰했으며, 연구원의 검토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당시 투자수익률을 검토했던 국토연구원 직원의 잘못된 행위를 인사 자료로 활용토록 해당 기관에 통보했다. 또 건교부에는 과다 책정된 통행료를 조정하는 방안을 강구토록 했다.

건교부 관계자는 "감사원의 지적을 수용한다"면서도 "이미 협약을 한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민간사업자에게 통행료를 낮추라고 요구할 수 없다"고 밝혔다.

◆ 서울~춘천 고속도로=서울 강동구 하일동~강원도 춘천시 동산면 조양리를 잇는 연장 61.4㎞다. 이 도로가 완공되면 서울~춘천을 40분에 주파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착공했으며, 사업비는 총 1조8000억원이 투입된다. 이 중 민간컨소시엄이 1조2900억원을, 국고에서 5100억원을 각각 부담한다. 2009년 8월 완공되면 민간사업자가 30년간 운영한 뒤 국가에 기부채납하게 된다.

강갑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