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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The New York Times

미국 민주당의 이민정책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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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졸턴 L. 해즈널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UCSD) 정치학 교수

오바마 대통령이 행정명령(executive order)으로 불법 체류자 수백만 명의 강제추방을 유예했다. 좋은 정책이자 올바른 조처다. 그러나 민주당 입장에서는 위험한 결정이다. 이민자 정책은 대부분의 라틴계 및 아시아계 입장에서 중요한 사안이다. 중간선거에서 중남미계 63%와 아시아계 66%가 민주당을 선택했다. 이번 행정명령으로 이들의 민주당 지지는 향후 더욱 확대되고 강화될 것이다.

 그러나 라틴계와 아시아계는 전체 유권자의 11%밖에 되지 않는다. 이민자 정책은 이들의 표를 결정하는 유일한 변수가 분명 아니다. 설사 그렇다 해도 이민 정책은 민주·공화 양당 간의 세력균형을 겨우 몇 %포인트만 바꿀 수 있을 뿐이다.

 반면에 백인 유권자는 전체의 75%를 차지한다. 향후 수년간 각 정당의 운명은 다른 누구보다 백인 유권자가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백인 유권자들도 이민자 문제를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게 확실하다. 민주당에 불리한 방향으로 말이다.

 이민자들은 미국 전역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들은 백인 다수와 대부분 외모부터 다르다. 실제 현실은 그렇지 않지만, ‘이민자들이 복지나 교육, 보건 등 공공서비스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미국민의 일자리를 뺏어가며 그들의 임금을 낮춘다’ ‘문화를 퇴보시킨다’는 편견이 국민 마음속에 팽배하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백인 중 압도적 다수는 불법 체류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백인의 3분의 1은 이민자들이 전반적으로 미국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여긴다.

 이런 불안감은 이민자 이슈에 대한 양당의 입장 차이를 더욱 확대한다. 예를 들면, 애리조나 주 의회에서 2010년 마련한 주법 ‘SB 1070’(체포 혹은 검문 중인 사람의 이민자 지위를 확인하는 권한을 사법 집행관에게 부여)을 지지한 민주당 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공화당은 1명만 제외하고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공화당은 이번 오바마의 행정명령이 의회 권한을 침해한다고 격렬히 비난하는 중이다.

 상황을 종합해 보자. 많은 백인은 미국 사회가 이전과 달라졌음을 느끼고 있다. 이들 다수는 부정적 변화가 이민자 때문이라고 믿으며, 민주당은 주로 이민자 편이고 공화당은 주로 반대편에 선다는 사실을 안다. 이는 많은 백인에게 공화당을 선택할 강력한 동인이 된다.

 이민자 문제에 대한 견해는 투표 성향과 상관관계가 매우 높다. ‘대부분의 불법 체류자를 본국으로 추방해야 한다’고 보는 국민의 75%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을 선택했다. 거꾸로, ‘불법 이민자들에게 합법적 지위를 신청할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유권자 중 공화당을 지지한 사람은 35%밖에 되지 않았다. ‘이민자 문제가 가장 중요한 국가적 이슈’라고 믿는 사람 중 74%는 공화당을 선택했다.

 민주당에 결과는 가혹했다. 중간선거에서 백인 유권자의 38%만이 민주당 후보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고졸 이하 백인 유권자 3명 중 2명에 가까운 사람이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을 찍었다. 1990년만 해도 그들은 민주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민주당에 주어진 손쉬운 해결책은 없다. 민주당 지지자 상당수가 진보적 이민 정책을 강력히 지지하는 상황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라틴계와 아시아계 인구의 절반은 특별히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 이민자 문제에서 보수로 방향을 전환하면 득(백인 표 증가)보다 실(소수민족 표 감소)이 클지도 모른다.

 민주당은 인구구조가 유리한 방향으로 바뀔 때까지 현재 입장을 고수하며 기다릴 수 있다. 장기적으론 효과적인 전략이겠지만, 수십 년간 공화당에 주도권을 넘겨줘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민 문제에서 왼쪽으로 움직인 오바마의 접근법은, 정책적 측면에서 봤을 때 여러 가지 면에서 분명 합리적이다. 실제 자료를 보면, 이민자들은 일반적으로 미국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이들은 열심히 일한다. 상대적으로 공공서비스를 별로 이용하지 않는다. 게다가 경제 성장에도 기여한다. 대다수는 국경을 불법적으로 넘은 것 빼고는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겐 체류 자격이 주어져야 한다.

 캘리포니아 사례에 주목하며 미래를 낙관하는 민주당원도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1994년 불법 이민자의 공공서비스 이용을 제한하는 ‘주민발의안 187번’이 쟁점이 됐을 때 이를 지지한 공화당이 아니라 반대한 민주당이 더 많은 표를 얻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는 미국 그 자체가 아니다. 소수계가 다수를 점하는 캘리포니아에서는 백인 표를 포기한 대가로 라틴계 및 아시아계에서 얻는 표가 더 많다. 따라서 캘리포니아 사례를 미국 전체로 확대 적용하기 어렵다. 유권자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백인 대부분이 이민자에 관해 회의적 입장을 견지하는 한, 이민자 권리를 지지하는 노선은 민주당에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딜레마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졸턴 L. 해즈널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정치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