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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운송노조 파업 철강재 '대란' 위기

중앙일보

입력

지난 2일 포항 철강공단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번지고 있는 화물차주들의 집단 운송거부 사태는 화물 운송요금의 현실화가 핵심이다.

화물 차주들은 “경유값과 물가가 치솟는 데도 운송료는 10년간 제자리 걸음”이라며 “화주(철강업체)들은 운송료를 최소한 30% 이상 인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적은 운송료를 받는 배경에는 화물 재알선이 횡행하고 있는 점이 우선 꼽힌다.

포항 강철공단내 철강제품은 포스코·INI스틸 등과 독점 운송계약을 체결한 대한통운·동방·삼일·천일·한진 등 5개 큰회사들이 운송한다.그러나 이들은 보유한 차량이 6백6대에 불과해 대부분의 물량을 소규모 지입차줄들에게 재하청을 주고 있다.이 과정에서 이들 5개 회사들이 운송료의 25%를 알선료로 챙겨 실제 지입차주들이 받는 요금은 크게 적은 수준이라는 것이다.소규모 물률 회사의 차량이 2천5백여대에 달한다고 한다.

그마저 어음으로 지급하는 경우가 허다해 불만이 팽배하고 있다.또 이들 업체에게서 운송 화물을 따낸 주선업체가 다시 다른 주선업체에 넘기는 등 최고 3단계까지 화물을 넘기면서 수수료를 공제해 실제 운송을 하는 화물차주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일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소위 단단계 운송인 셈이다.

한 업체의 지입차주인 윤모(45)씨는 “독점 운송 업체가 포스코로부터 45일짜리 어음을 받고도 지입차주에게는 1백일짜리 어음으로 운송료를 지급한다”며 “지입료·수수료 등을 때고나면 우리가 받는 운송료는 포스코가 지급한 금액의 65%선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다단계 운송의 경우 최고 65%가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공제돼 남는 것이 없다고 윤씨는 말했다.

화물연대 측은 “정부와 관계기관이 나서 잘못된 다단계 운송 주선시스템을 고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운송료의 현금지급 요구도 이 같은 맥락이다.

화물연대는 중앙지부가 최근 전국의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월 평균 소득이 70만원선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화물차주의 협상 상대인 사용자가 없다는 점이다.이들은 독점 계약 운송사와 주선업체,나아가 화주인 철강업체도 넓게는 사용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또 경유가격 인하나 다단계 운송 주선금지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책적인 문제와는 달리 법률상 협상 상대가 없어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우려도 있다.화물연대는 이 때문에 가장 큰 화주인 포스코를 상대로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포스코 측은 “5개 업체가 협상 상대이지 화물차주는 우리와 관계가 없다”며 협상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화물연대=컨테이너 트레일러 등 화물차량 지입 차주들이 지난해 10월 결성했으며 전국에 1만5천여명의 회원을 두고있다. 사용자가 없어 노조 결성이 불가능하자 지난 1월 전국운송하역노조 산하 단체로(준회원 )로 가입했으며 전국 도시별로 지부를 두고 있다.

포항=홍권삼 기자

화물차주들이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화물운송을 거부해 철강재의 ‘물류대란’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 포항지부 소속 화물차주 4백여명은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철강공단의 포스코·INI스틸·동국제강 등의 정문을 차량으로 막고 제품 출하와 원자재 반입을 5일째 막고 있다.

이로 인해 철강공단 내 20여 업체들이 제품을 출하하지 못해 수출 등에 차질을 빚고 있다.사태가 장기화 할 경우 자동차,조선,건설,가전업계 등에도 피해가 있을 전망이다.
경남지부 소속원 5백여명도 한국철강 창원공장과 마산공장의 화물 출입을 막고 있으며,7일부터 창원의 아주금속,카스코,쌍용시멘트,한라시멘트,동양시멘트 사업장 출입문을 추가 봉쇄하겠다고 발표했다.충청지부 소속 화물차주 1백여명도 이날 오전 11시부터 충남 당진군 한보철강 앞에 트럭 1백여대를 세워놓고 농성을 벌였다.

화물연대 경남지부 손재규 지부장은 “연료비와 도로이용료는 해마다 인상되는데 운송비는 오히려 깎이거나 동결된 상태”라며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파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1992년 리터 당 3백24원이던 경유 가격이 현재 8백40원으로 1백59%나 인상됐지만 운송요금은 동결된 상태라는 것이다.

포스코 측은 “하루 출하 물량 2만5천t 가운데 선박 운송분인 2천t을 제외한 2만3천t의 제품이 반출되지 않아 하루 1백10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INI스틸과 동국제강도 하루에 각각 44억원과 24억원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포항=홍권삼 기자,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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