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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적부심 이기자 증거보강 나서|북괴의 강평서 등 압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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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진보당 사건의 구속적부심사는 사건의 에비진단이었다. 진보당간부들은 패배로 긴장했고 수사당국은 증거 보완의 필요를 느낀 듯했다. 심사에서 피고들은 혐의사실을 부인했다.
△재판장=간첩 박정호와 만났다는데…
△조봉암=만난 일도 없고 그런 이름을 들은 일도 없다.
△재판장=작년 6월에 평화통일추진을 위해 북한에 밀사를 보낸 일이 있는가.
△조봉암=그런 일 없다.
△재판장=구속영장에 기재된 혐의에 대해 이견이 있으면 말하라.
△윤길중=이번 사건은 마치 소설과 같은 얘기다…문제의 월간지 「중앙정치」도 진보당 기관지가 아니며 10월호에 게재된 조봉암의 논문도 그분의 개인의견을 쓴 것일 뿐이다.
△김달호=이승만박사는 3대 대통령 취임 직후 북진통일이란 말은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다울링」 주한미대사의 권유를 받고 그로부터 유엔정신에 입각한 평화통일론을 제시했다. 정치적 반대자를 체포, 투옥, 고문하는 행정부의 처사가 재판을 통해 규명되어야 한다. 공산당을 싫어하고 동시에 전쟁도 싫어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고 일하는 진보당의 앞길을 막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이 무렵 진보당수사의 최초의 단서가 된 간첩 박정호는 조봉암과 만난 사실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박정호는 일제때 마포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함께 한 진보당 간부 최익환을 만나러 진보당사무실에 한차례 찾아갔으며 이때 최씨조차 만나지 못하고 나온 것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적부심사에서 진보당측은 패배했다. 김재옥 재판장은 『진보당은 비밀문서등으로 북괴가 내세우고 있는 평화통일노선에 호응하여 대한민국을 무시하려는 혐의가 있올 뿐 아니라 진보당 간부중에 도피중인 사람도 있는 것으로 보아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한 것이다.
구속적부심사에서 승리한 검찰은 이례적으로 진보당노선의 강평을 구하는 증언을 듣기 시작했다. 첫 증언자는 보수에서 혁신으로 길을 바꾼 민혁당수 서상일씨. 진보당은 좌경사회주의 정당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첫째 육의 기구가 개인독재체제고 둘째 유물론에 입각한 마르크스주의 이론을 토대로 했으며 세째 노동자 농민만을 위한 계급정당이기 때문이다.
우리 민혁당도 사회민주주의를 표방하나 우경정당이다. 그렇지만 진보당노선이 좌경이라해도 북한공산당과는 성질을 달리한다. 다만 그들이 평화통일을 이룬 후 노동자 농민들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공산당과 합작 내지 같은 행동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미래의 일이라 나는 모르겠다. 서씨는 한민당 창당멤버로서 보수진영의 원로였다. 그런 그가 혁신으로 전신한 것은 이박사의 3선개헌에 반대해 재야세력을 결합하는 민주대동운동에서 죽산만은 배격하는 보수우파의 배타성에 반발해 보수대열을 이탈했다. 그는 이때부터 혁신단합 대열에 참여한 죽산의 정치적 동조자가 됐다.
그러나 진보당의 주도권을 싸고 죽산과 대립해 진보당을 떠나 또 다른 혁신정당인 민혁당을 창당한 인물이었다. 그의 증언은 진보당에는 결정적으로 불리한 것이었다.
특히 그는 진보당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민혁당의 이송화 정책위원장을 변호하면서 『이씨는 진보당의 선언 강경등을 기초했다. 그러나 그 분과 내가 진보당을 나온 후에 그들이 이교수가 포함시킨 공산당 비판귀절을 삭제해 버렸다』고 말해 진보당 관계자를 더욱 아프게했다.
검찰은 서씨에 이어 민혁당의 고정훈, 민주당의 조두형·조재천씨 등의 증언도 들었다. 이 증언들은 김재간씨가 『민주당의 통일정책도 평화통일』이라고 말했다는 것 이외엔 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
진보당측은 구속적부심사의 기각에 대해 항고를 제기했고 수사당국은 이에 맞서 범죄혐의를 추가해 발표했다. 수사당국이 제시한 숱한 혐의중 결정적 증거는 북괴거물간첩 조재수의 자백이라는 것과 이른바 「북괴의 진보당강평서」라는 문서였다.
조재수는 경성제대(서울대문리대전신) 법학부 출신으로 김일성의 보좌관·북괴부장(차관에 해당됨)을 지낸 거물간첩.
그는 록무대에 체포돼 심문을 받던 중 그가 남파교육을 받을 때 북괴노동당 정보위원회 부위원장 박일영에게서 조봉암과의 연락사실을 들었다는 자백을 했다고 했다.
또 하나의 증거란 「강평서」. 오제도검사는 『북괴의 진보당강평서 등 많은 물건을 압수했으며 그 중에는 진보당이 한국에서 집권하는 방법과 집권 후 괴뢰와 합작하여 남북연립경부를 구성하는 구체적 방안을 명시한 비밀지령문서도 포함되어 있다』고 했다. 그런데 강평서의 내용은 문제였다.
①인류의 역사는 계급투쟁이다. 국가는 피착취계급을 억압하기 위한 수단이다. 종국의 세계평화는 세계적화에 있다 ②집권을 위한 우리의 정치기반은 노동조합과 협동조합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노동계급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농민·어민의 프롤레타리아적 성격에 주목하면서 협동조합 강화에 힘써야 한다 ③통일은 남북군대를 해산, 국제감시하 (경비치안담담) 총선거 남북연립정부수립→다시 그에 의한 총선거 후 내각구성→남북의 합의→그에 의한 통일정부 수립 ④당원의 생계에 대한 당국의 압박을 피하기 위해 동조직을 가진다 ⑧표면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요소를 지닌 사람을 많이 포섭한다. 그들의 구화는 점차적으로 행한다 ⑥현재는 소극적 투쟁이지만 점차 강화해 사회주의라는 말이 민주주의라는 말처림 현 사회의 장식이 될때 사희주의 이론의 핵심에 들어가야 한다. ⑦진보당이 현재 이강의 대수난기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지하조직에 일층 힘써야한다 ⑧당원명부는 당의 심장이다.그 것을 함부로 굴린다는 것은 말이 아니다 ⑨당 위원장집에 양담배가 굴러다닌다는 것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좋지 못한 일이다.
이 불온문서는 진보당 전북도 간부인 김창을의 소개로 죽산과 면담한 D통신 의신부 정태형기자가작성한 것. 그는 56년 4윌 진보당 비밀당원이 되고 57년초 「실천적 제 문제」란 이름으로 북괴강평서를 죽산에게 제출했는데 이 문서가 죽산자택에서 압수됐다고 당국은 발표했다.
그런데 이들 물증들어 진보당 관계자의 기소를 전후해 증거능력이 약해져간 것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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