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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소화제값 한집 월 천4백원|낚시·등산등 레저용품 소비 급증 교육비는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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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각 가정에서는 잡비를 얼마나 또 어떤 용도로 쪼개서 쓸까. 생활수준이 올라가면 교양·오락비등 잡비지출이 부쩍 늘지만 요즘처럼 불황속의 긴축가계에선 먼저 깎이는 것도 잡비다. 생활이 변하면 소비패턴도 달라지듯 잡비의 지출명세도 바뀌고 있다. 등산·낚시 등 fp저에 쏟는 비용은 늘고 대신 담배를 사피우는 돈은 줄어드는 추세다. 전에는 포마드에 드는 돈도 적지 않았지만 지금은 바르는 사람이 드물어졌다. 경제기획원이 최근 발표한 「전국도시가계의 소득 및 지출조사」 결과를 토대로 우리나라 가계의 잡비쓰임새를 헤아려본다.

<잡비의 규모>
작년 도시가구의 잡비지출은 월6만5천원으로 전체 소비지출액 만4천4백억원의 10·6%를 차지했다.
잡비가 차지하는 몫은 지난 78년 10·8%, 79년 15·4%로 몇해동안 별 변동이 없다. 『소득이 높아지면 식료품비의 비중은 낮아진다』는 엥겔의 법칙을 들지않아도 식료품비 비중은 작년에 18·5%로 75년에 비해 7·l%나 줄었다. 그런데도 잡비가 상대적으로 늘지않은 것은 주거비와 광열비가 늘었기 때문.
그러나 높은 소득층 일수록 잡비지출이 느는 현상은 뚜렷하다. 소득이 높은 계층(월 80만8천원)은 낮은 계층(25만9천원) 보다 잡비지출 비중이 36·2%로 1·5배나 높다. 소비지출 규모는 3배 적은 의료비는 5·2배, 교양·오락비는 5·5배나 낮은 소득층보다 많이 쓰고 있다. 이런 경향은 직업과도 연관돼 의사·변호사·엔지니어 등 전문직 종사자와 사무직들은 세일즈맨이나 일반 공장근로자들보다 잡비의 씀씀이가 크다.
도시가구의 잡비항목은 의료비(15%) 교육비(18·9%·경제기획원은 국제분류기준에 따라 교육비를 잡비항목에 포함시키고 있다) 교통통신비(23·7%)의 순. 의료비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진데다 의료보험제 실시로 75년보다 비중이 6% 늘었다. 이에비해 폐지 후 교욱비 부담은 크게 줄어들었다.

<의료·미용위생>
의료비중 지출몫이 큰 것은 진로비다. 한 가구가 한달에 평균 5천7백원을 진료비로 지출한다. 병원이용이 그만큼 잦아진 것으로 80년만해도 전체 지출의 1·3%에 지나지 않다가 작년에는 2·2%로 늘었다.
약값에 드는 잡비도 만만치는 않다. 한 가구에 6천2백원으로 한사람(l가구=4·6인)이 매달 1천3백원어치의 약을 사먹는 셈. 한약(2천9백원)이 으뜸이지만 감기약과 소화제도 많이 먹는다. 가구당 1천4백원. 어림잡아 서울에서만도 매달 25억원어치의 감기약·소화제가 소비된다는 계산이다.
미용위생비의 쓰임새를 보면 생활패턴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포마드의 인기하락. 절대지출액(작년 3윌)도 해마다 줄고 있고 잡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분의1정도로 떨어졌다. 그래선지 요즘 주위에서 포마드를 바르고 다니는 사람을 찾기도 힘들다.
한편 크림·파우더·로션 둥 화장품값은 가구당 월 7백50원. 서울 사람들의 지출액이 상대적으로 더 많아 아무래도 가꾸고 맵시내는데는 신경을 더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화장지소비도 서울이 지방도시보다 l·2배 높다. 그러나 목욕로는 오히려 전체도시평균이 서울보다 l백원 많다. 목욕을 잘해서가 아니라 목욕시실의 구비로 목욕탕에 갈 필요가 줄었기 때문인듯 싶다.

<교양오락·기타>
한 가정이 신문에 쓰는 돈은 월6백84원. 올봄까지 신문값이 월2천5백원이었으니까 4가구에 한집 꼴로 신문을 본다는 계산이지만, 2부이상 구독하는 가정도 있고보면 신문 안보는 집은 이보다 더 많다는 이야기다. 교양오락비중 도서구입비가 7백42원으로 제일 많지만 따지고보면 한집이 한달에 첵한권도 안 사는 폭이다. 일본의 경우는 75년만해도 도서지출비가 6백15엔(한화l천8백45윈)으로 당시 우리의 1백원에 비하면 11배가 넘었다.
교양오락비중 그래도 꾸준히 느는 종목은 레저비용. 서울의 경우 낚시·등산용품이 한달평균 1억7천만원어치 소비되고 있고 화초와 정원수를 사들이는데 월 2억2천만원이 지출됐다.
우편료의 월 지출은 비원으로 한가구가 한달에 편지 두통을 부친다고 볼 수 있다.
잡비 중 담배값은 계속해서 줄고 있다. 한달에 3천2백원으로 작년의 1천2백10원에 비하면 액수는 늘었지만 잡비전체로 보면 비중은 7·5%에서 5·1%로 떨어졌다.
담배값 인상폭도 감안하면 건강을 생각해 담배를 삼가는 사람들이 는 것이다. 특히 서울 한 가구의 담배값은 2천4백원으로 전체 도시평균보다 적다.
이밖에 기타잡비 중 큰 몫은 경조사때의 축의금·부조금 등 증여비. 한 가구가 매달 1천4백원정도 지출한다.
문화적성격을 띤 잡비는 소득이 향상되면 상대적으로 그 비중은 늘어난다. 특히 우리문화 오락비는 전체 지출의 2%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소득이 늘면서 소비패턴은 선진국화를 겨냥하지만 그만큼 전체가구의 현실은 선진국과 거리가 멀다는 이야기다.
더군다나 불황인 요즈음은 잡비의 비중이 준다.
80년 10·6%, 81년 18·6%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탄력성이 큰 잡비지출을 계속 억제할뿐더러 저축분까지 축내면서 긴축가계를 꾸려가고 있는 것이다.

<외국과의 비교>
소득이 많은 선진국과의 비교는 아직 이르지만 미·일·서독·프랑스·영국·이탈리아의 잡비 비중은 65∼72% 수준이다.
미국이 가장 높온 60·1%를 기록하고 있고 서독이 가장 낮은 10·9%.
미·일·서독·영국·프랑스는 잡비비중이 음식비 비중보다 높으나 이탈리아만은 음식비 비중이 55%로 l·5%포인트 높다. <장성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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