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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보험료 월 5만원쯤 오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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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르면 연내에 월 소득이 360만원 이상인 사람이 매달 내는 국민연금 보험료가 최고 5만원가량 오를 전망이다. 또 연금 받을 때가 됐는데도 소득이 높아 연금을 못 받거나 덜 받던 사람 중 4만 명가량이 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법 시행령을 고쳐 보험료를 정하는 소득 기준 등급과 연금 지급 기준을 바꾸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복지부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공청회를 거쳐 이르면 올해 안에 바뀐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다.

현재의 연금보험료를 정하는 기준은 월 소득에 따라 1(월 22만원)~45등급(360만원 이상)으로 나뉘며 360만원 이상이면 소득에 관계없이 월 32만4000원의 보험료를 낸다. 복지부는 이 중 1등급 기준을 42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최고등급에 속하는 사람은 월 보험료가 최고 5만4000원(16.7%) 오른다. 가입자는 보험금을 더 내는 것 이상의 연금을 받는다. 예컨대 월 소득 420만원 이상인 사람이 20년간 보험료를 낸다고 가정하면 추가로 내야하는 보험료는 총 1296만원이다. 반면 노후 18년(연금 평균 수급 기간) 동안 받을 연금은 1731만원 늘어난다.

현재 최고등급에 속한 사람 중 월소득이 360만~419만원인 사람의 보험료 부담도 커지게 된다. 5월 말 현재 45등급 가입자는 128만1288명이며 직장인은 123만1140명, 자영업자는 5만148명이다. 복지부는 또 1등급의 소득 기준을 월 22만원에서 25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이럴 경우 1~3등급 가입자 7025명의 월 보험료가 900~2700원 오른다. 월 소득 25만~359만원인 사람의 보험료 부담은 변함이 없다.

60세가 돼 연금 받을 때가 됐는데도 월 소득이 42만원 이상이면 연금의 50%만 받는 재직 노령연금 제도도 바뀐다. 월 소득 기준을 200만원으로 높여 소득이 200만원 미만이면 연금을 100% 받게 된다. 또 연금을 10년 이상 부은 사람이 55세(원래는 60세에 받음)에 연금을 앞당겨 받는 조기 노령연금의 월 소득 기준도 200만원으로 높아진다. 이 경우 소득이 200만원 이하인 사람은 나이에 따라 자신이 받을 연금의 75~95%를 받을 수 있다. 제도가 바뀌면 재직자 연금은 3만5000명, 조기연금은 7300명이 혜택을 본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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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월 소득 상한선을 높이려는 것은 이 기준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적용하는 기준은 1995년에 정해진 것이다. 10년째 소득 등급 기준을 유지하다 보니 45등급에 속한 가입자가 95년 22만 명에서 올해 5월에는 128만 명으로 늘어났다. 고소득자들의 부담 능력은 올라가는데 보험료는 제자리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저소득층을 도와주는 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약해졌고, 고소득자 본인들의 연금액도 10년 전과 변함이 없다.

전문가와 각계 대표로 구성된 연금발전위원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3년 소득 상.하한선을 높일 것을 권고했다. 복지부는 이 방안을 2003년부터 추진해 왔으나 국민연금법 개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계속 미뤄져 왔다. 2003년 국회에 제출돼 3년째 처리가 안 된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보험료를 더 내고 연금은 덜 받도록 해 연금 재정을 안정시키는 것이 골자다.

복지부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처리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우선 손쉬운 것부터 먼저 처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덜 내고 더 받는 현 체제 속에 소득 상한선을 높이면 연금보험 재정은 더 나빠질 수 있지만 무작정 법개정을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게 복지부의 판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국민연금 가입자가 매달 받는 연금(소득대체율)은 보험 가입 기간 평균 소득의 60%에서 61%로 1%포인트 올라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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