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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행자 <경남 진주시 빙정동 10의7>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아침나절 수도가에서그대 옷울 빨다가
닳아진 옷가지마다
우리의 가난을 보다가
때없이 서러워져서 떨어지는 눈물방울.
남의 집 셋방살이 수도물도 눈치보고 아이들도 떠들면
나도 의례 가슴 뛰고 가난은 죄도 아닌데
조마로운 이 마음.
이국헌 <전남 함평군 함평읍 내교리268>
낮달 기운 영 너머로 나부끼는 은발일레.
흥도 복도 거머쥐고 가리개로 버틴 나달.
푸딤도 고이 접어두고 헌걸스례 섰는 나무.
뻐꾸기 울음 홀린 노을 깔린 고갯마루
새물 내 깃고대에 풀향기 스며들고
결고운 숨결로 드리워져
잔잔히 이는 물살.
희망으로 지켜보는 구름 밖 말간 하늘
끊긴 바람 잇다
고요히 쳐든 긴 목에 휘감기는 저녁 연기.
최태규 <서을 영등포동 문용집씨 댁>
도랑가 비알밭엔 강냉이도 익을테고
콩알을 쪼러오는 꿩도 가끔 울테고
꿩울음 모아 들으며 머루 다래 익을테고.
큰아들 생각으로
벚개 얻은 잣송이를
콩큼콩 해수기침 버무려 담으시던 어머니
당신 마음도
술 빛깔로 익을테고.
당신의 반나마도
살아보지 못한 삶을
어렵다 어렵다시며 지새우는 타관의 밤
돌담을 돌아 지르던
기적소리 들리오.
박수열 <경남 마산시 귀암동 475>
푸짐한 뱃살자락 까르르 눈웃음 치고
우유빛 머언 하늘
노강 뜬 입추 그늘
유년의 마음 귀주둣산의 바람 저 흔들림.
김문억 <서울 종로5가 이화여대병원 공급실>
도봉산 냇가에 앉아
딸 아이를 바라보니
물장구 옷음 소리가 한마리 물새로다
어릴제 깊은 눈으로
임도 나를 보더니.
흐르는 물을 막으려 성을 쌓다 지친 손에
조약돌 무심히 쥐고 산을 베고 잠든 애야
먼후일 저 해가 더하면 사는법을 알까.
채영호 <경북 김로군 귀역면 하원거111>
감선수 큰물지고 맑게섯은 자갈강변
조약돌 몇개주워 던져보는 돌팔매
석양은 가을 한자락 깔아농고 떠난다.
유승식 <전북 군산시 군산고등학교>
간밤에 개구리가 염주알을 굴리더니
사리로 남은 눈물 연잎에 맺혀 있고
그 발원 하늘에 닿아 열반이듯 피는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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