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전선」의 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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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인구의 25%를 차지하는 선진국들이 세계의 부의 80%를 차지하면서 1백40개 개발도상국들의 경제를 지배한다. 절대빈곤의 인구는 아직도 8억이나 된다. 개도국들 전체의 공업생산량을 합쳐도 서독 한나라의 그것에 미치지 못한다.
이것이 남북 빈부 차의 현실이다. 60년대부터「인류의 생존」을 위한다는 큰 슬로건 밑에 남북문제 해결을 위한 크고 작은 회의가 많이 열렸다. 그러나 지난 20여년 동안 계속된 노력에도 불구하고 1인당 평균 GNP 6천4백68달러의 선진국들이 5백97달러 밖에 안 되는 개도국들의 경제를 좌우하는 불행한 현실은 고쳐지지 않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접하는 전두환대통령의「개발전선」(Development Front)이라는 구상은 남북간의 빈부의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에 하나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게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문제해결의 노력은 항상 이상이 현실의 벽을 뚫지 못하여 좌절을 거듭했다. 그 현실이라는 것은 선진 공업국들의 이기주의와 개도국들의 상호협력의 실패를 말한다.
남북문제해결에 누구보다도 소극적인 「레이건」미국대통령은 작년 칸쿤 남북정상회의를 앞두고 『후진국들에 물고기를 주면 다음날 배가 고프지만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면 다시는 배가 고프지 않다』고 말한바 있다.
그 말을 들은 개도국 측은『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도 낚시가 없으면 소용없다』고 응수했다.
「개발전선」은「물고기 잡는 방법」을 개도국 스스로의 협력으로 터득 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한국이 좋은 예다.
우리들, 제3세계의 나라들은 과거 반 식민지투쟁이라는 공동의 경험을 이념적인 유대로 삼고 한 걸음 앞선 나라들의 기술 및 발전경험과 한 걸음 뒤진 나라들의 잠재력 및 자원을 연결하여 공동의 발전을 도모하자는 것이 「개발전선」의 취지일 것이다.
이것은 대내적으로는 자조의 노력이 되고, 대 선진국관계에서는 「남」의 목소리를 하나로 통일하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후진국의 개발을 지원 할 도덕적인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공업국들은 제3세계권을 자원의 보고, 공산품의 수출시장으로만 눌러 두려고 한다.
77년 파리에서 열린 남북회의는 선진국들이 GNP의 0·7%를 개도국의 개발원조로 쓰자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미국은 GNP의 0·23, 서독은 0·4,프랑스 0·6%밖에 후진국 원조에 할당하지 않고 있다.
거기다가 자신들의 시장은 온갖 무역장벽으로 보호하여 1백 18개 개도국들은 여전히 대외수입의 85%를 바나나, 코피, 면화, 철광석 같은 1차 상품으로 벌어들인다. 그리고 개도국들은 선진국의 공산품에 묻어 들어오는 유가와 인플레라는 무거운 짐을 지기에 허리가 휜다.
결국 세계적인 빈부 차를, 줄이고, 부의 편재를 해소하는 길은 목소리를 하나로 통일한 개도국들의 상호협력과 주도뿐이라는 결론이다.
「개발전선」의 구상은 이런 노력에 참신한 비전을, 그것도 실현 가능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전대통령의 남은 여정과 앞으로의 대외적인 접촉을 통해서「개발전선」이 구상에서 현실 로 결실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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