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최종 합의 문안' 마련… 3일 중 타결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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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차 6자회담 개막 8일째인 2일 크리스토퍼 힐 미국 수석대표가 숙소인 베이징 국제 구락부를 나서기 전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받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베이징 4차 북핵 6자회담에서 참가국들은 중국이 마련한 4차 초안을 사실상 합의문으로 간주하고 2일 밤부터 본국과 의견을 교환하는 최종 절차에 들어갔다. 따라서 북한과 미국이 본국의 훈령을 받은 뒤 3일 오후 속개할 수석대표회의가 회담 타결의 결정적 고비가 될 전망이다.

우리 측 회담 관계자는 "중국은 관계국들의 의견을 종합해 절묘한 합의문을 만들었다"며 "이 안에 대해 한국은 소소한 일부를 빼면 이의가 거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합의문엔 ▶북한이 핵을 폐기한다는 문구는 당연히 포함되며▶북한이 요구한 경수로 건설은 합의문에 들어가지 않는다. 또 북한이 주장하는 '평화적인 핵 이용' 문제와 관련, 미국은 '금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으나 명시적인 표현을 피해 양측의 주장을 '조화롭게 반영하는' 형태로 작성돼 있다.

회담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핵의 평화적 이용마저 금지받는 나라가 없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말했다.

◆ 타결 임박? =한국의 송민순 수석대표는 "각국의 이해관계와 관심사를 균형있고 집약적으로 반영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북한 측 김계관 대표의 행동도 비슷했다. 그는 회의 뒤 북한 대사관으로 돌아가다 취재진을 보고 벤츠 승용차에서 내렸다.

그는 "북.미 사이엔 물론 의견 상이(차이)도 있지만 최대한 좁혀서 결과물을 마련해 보고자 한다. 앞으로 구체적인 통보를 해 줄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미국의 핵 위협이 제거되고, 신뢰가 조성되는 데 따라 핵무기와 핵무기 관련 계획을 포기할 결심"이라며 "그 누구의 강요도 아닌 우리 자신이 결심한 것"이라고 했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대표는 "이견이 점차 좁혀지고 이견이 있는 토픽(주제)도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4차 초안에 대해선 "전반적으로 좋은 안이지만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아직 말할 수 없다"고 했다. '3일 회의가 마지막이냐'는 질문엔 "예스(Yes)나 노(No)라고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북.미 양국 정부의 태도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미다.

이날 회담장 주변엔 타결 임박설이 돌았다. 그러나 한국 측 회담 관계자는 "의견차가 확정적으로 좁혀질지, 3일 회의에서 타결될지는 예단할 수 없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이날 열린 수석대표 회담은 세 차례의 정회와 속개를 거듭했다. 오전엔 전날까지의 논의결과를 담은 3차 초안이, 오후엔 이를 또 수정한 4차 초안이 토대가 됐다. 밀고 당기기가 계속되자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수석대표는 '구이저우(貴州)성 당나귀(검려지기.黔驢之技)' 우화를 거론했다. 구이저우성에 처음 나타난 당나귀가 울음소리와 뒷발질로 호랑이에게 겁을 줬다. 그러나 결국 별것 아닌 존재임이 탄로나 잡아먹혔다는 것이다. 최선을 다했으나 한계에 부딪힌 당나귀에 자신을 빗대며 합의를 촉구한 것이다.

◆ 초안 내용은=최대 쟁점은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을 허용하느냐 여부였다. 북한은 경수로 건설 재개를 요구했다. 평화적 핵 이용도 안 된다는 미국과 평행선을 달렸다. 잠정 합의문인 4차 초안은 경수로는 문안에 넣지 않았으나 평화적 핵 이용은 절충안을 냈다. 북.미 정부엔 모두 찜찜할 수 있다. 그래서 본국 정부의 OK 사인이 떨어질지가 미지수라는 것이다. 정부 핵심 당국자는 "한국이 '핵 폐기 뒤 검증 등을 위해 일정의 유예 기간이 지나면 평화적 핵 이용 가능성을 열어놓자'며 북.미 양측을 설득해 왔다"고 말했다. 북한과 미국의 가운데서 한 발짝 양보를 유도해 왔다는 것이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서승욱 기자
서울=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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