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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따로 기재 안 된 유언장은 무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A씨(57)의 아버지는 2008년 5월 자필로 ‘용산 B아파트 XXX호 아파트는 ○○○(자녀 중 한 명)에게 물려준다’ ‘금융자산 중 50억원은 장학재단에 기부한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했다. 물려준다고 밝힌 아파트는 당시 자신이 거주하던 곳이었다. ‘호’자와 유언장 작성연도인 ‘2008년’의 두 번째 ‘0’자를 틀리게 쓰는 바람에 그 위에 다시 ‘호’자와 ‘0’자를 겹쳐 쓰기도 했다. 나머지 재산은 자녀 6명 중 3명이 똑같이 나눠 가지라고 했다.

 재산을 받지 못한 A씨 등 자녀 3명은 이 유언장이 ▶임의로 개봉됐고 ▶주소가 따로 기재돼 있지 않았으며 ▶글자를 고치면서 날인을 하지 않았다며 무효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유언 내용 중에 주소가 있고 명백한 오·탈자를 수정할 때는 날인이 없어도 된다”며 유언장의 법적 효력을 인정했다.

 그러나 서울고법 민사3부(부장 김광태)는 21일 원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유언장의 작성 요건을 엄격히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야 한다”며 “주소가 따로 기재되지 않아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유언장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맞더라도 요건을 갖춰 작성하지 않았다면 법적 혼란을 막기 위해 무효로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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