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입은 피부 쉽고 빠르게 재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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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자신의 세포를 스프레이 뿌리듯 화상 부위 등에 뿌려 피부를 재생할 수 있게 됐다.

원자력의학원 손영숙 박사팀은 '뿌리는 세포 치료기술'을 개발했다며 이를 2~3개월 안에 상용화해 병원에서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2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환자들은 간편하게 피부 재생 수술을 받을 수 있으며, 상처 부위 살이 잘 돋아나 치료 효율도 높아지게 됐다. 유럽 등에서 색소 세포를 분사식으로 개발한 적은 있지만 피부 세포를 이처럼 만든 것은 세계 처음이다.

환부에 뿌리기 위한 세포는 환자 자신의 피부 중 다치지 않은 곳에서 떼어낸다. 그런 뒤 피부 줄기세포를 최대한 골라내 시험관에서 원래 세포 수보다 100~200배로 키워 상처 부위에 분사한다. 이 정도의 양으로 키우는 데는 보통 2주가 걸린다. 치료할 수 있는 피부 면적은 배양하기 위해 뗀 피부 면적보다 최대 600배 정도 넓다.

화상 환자가 이 같은 방법으로 피부 재생 수술을 받으려면 먼저 병원에서 자신의 세포를 떼어내 배양토록 해야 한다.

손 박사는 "기존의 슬라이스 치즈처럼 생긴 인공 피부는 이미 세포가 다 자란(분화) 상태이기 때문에 환부에서 잘 살지 못하고 가격도 비쌌다"고 말했다.

시험관에서 2주 정도 분사용으로 키운 세포는 환부에서 몇 주간 더 자랄 수 있기 때문에 죽을 가능성이 매우 작다는 것이다.

분사용 세포 생산에 드는 비용도 기존 방법에 비해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적다는 것이 손 박사의 말이다. 따라서 환자의 부담도 크게 줄 것으로 보인다.

분사형 세포 치료제는 속피부(진피)와 겉 피부를 동시에 재생시킨다. 기존의 인공 피부는 진피를 재생한 뒤 겉 피부를 재생하기 위한 수술을 별도로 받아야 했다.

손 박사의 기술은 화상을 입은 응급 환자뿐 아니라 성형 수술 때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안전성과 유효성 등에 관한 식의약청의 시험을 통과했다. 상용화는 ㈜모던티슈테크놀로지가 담당한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이수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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