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형 펀드 한달 3조 빠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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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금리가 급상승하면서 채권형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채권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전날 0.18% 포인트 급등하면서 연 4.41%까지 치솟았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일 기관 투자자들의 '사자'에 힘입어 소폭 하락했다. 그러나 향후 금리는 더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음 주 국고채 5년물 입찰에 따라 공급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한투신운용 권경업 채권운용본부장은 "국내외에서 금리를 끌어내릴 만한 특별한 요인이 없어 올해 말까지 금리는 4.7%를 넘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금리가 올라 채권에서 손실이 발생하자 채권형 펀드에서 자금 이탈이 늘고 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투신의 채권형 펀드의 잔고는 3조509억원이 줄었다. 채권형 펀드의 전체 규모에 비해서는 그리 큰 액수는 아니지만 금리의 상승 속도에 비춰볼 때 자금 이탈이 가속화 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채권형 펀드에서의 자금이탈이 증시에는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채권형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동안 주식형 펀드의 잔고는 오히려 6470억원이 늘었다는 것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싣는다. 김 연구원은 "채권에서의 자금이탈이 주식으로의 즉각적인 이동을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 증시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데는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식으로 시중자금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표적인 부동자금으로 분류되는 머니마켓펀드(MMF)에 지난달에만 10조7000억원이 추가 유입되면서 전체 규모가 80조원을 넘어섰다. 비록 금리가 오르고 주식시장도 상승기조에 있지만 시중자금은 여전히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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