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청 '핵폭풍'] 이상호 기자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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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옛 안기부의 비밀 도청조직이었던 미림 소속 요원들이 불법 도청한 관련 자료를 재미동포 박인회(58.구속)씨에게서 입수해 일부를 보도한 MBC 이상호 기자에게 소환을 통보하면서 그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가 주목된다.

검찰 관계자는 "일단은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하지만 조사를 하면서 신분이 변할 수 있다"며 사법처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 기자에게 불법 도청 자료에 담긴 대화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통신비밀보호법(16조) 위반죄를 적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현행 통비법은 불법 도청 내용을 누설할 경우 도청 행위자와 똑같이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공익성과 진실성이 인정되면 위법성이 없어지는 것으로 보고 처벌하지 않는 형법상 명예훼손죄와 달리 통비법에는 처벌을 면해주는 별도의 예외 규정이 없다.

그러나 MBC와 일부 시민단체는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이 기자를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개인의 사생활 침해와 공익성을 비교했을 때, 이번 사건 보도의 공익성이 큰 만큼 보도의 자유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의 한 관계자는 "통비법이 도청 내용 누설자를 예외없이 처벌하는 이유는 표현의 자유보다 사생활 보호가 더 중요하다는 입법 취지가 담겨 있는 만큼 MBC 측의 주장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법조계 인사들은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는 형법 20조에 근거해 "MBC의 이번 보도는 정당행위에 해당되므로 통비법 위반이 아니다"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MBC가 법원의 보도금지 가처분 결정에도 불구하고 불법 도청 내용을 보도했고, 도청 테이프 입수 과정도 석연치 않은 만큼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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