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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제치고 케이블이 중계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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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자칫하면 2010년 월드컵 축구 아시아 예선 경기를 지상파 방송에서 볼 수 없을지 모른다. 케이블 방송 엑스포츠(Xports)를 운영하는 스포츠 마케팅사 'IB스포츠'는 1일 2006년부터 2012년까지 7년간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주관하는 모든 경기의 국내 독점 중계권을 계약했다고 밝혔다.

중계권에는 2010년 월드컵 예선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2년 런던 올림픽 아시아 예선 등 AFC가 주관하는 모든 경기가 포함된다. 중계권료는 공개하지 않았다. 방송사 관계자들은 2002년에 KBS.MBC.SBS 지상파 3사 풀단이 4년간 980만 달러에 계약했기 때문에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IB스포츠 윤석환 전략기획실장은 "계약금만 주고 재판매 소득을 AFC와 IB스포츠가 나누기로 했기 때문에 큰 외화 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상파 방송 3사는 충격에 빠졌다. 이들은 "축구 대표팀 경기는 전 국민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메이저리그 경기처럼 중계를 포기하기는 힘들다"며 발끈하고 있다.

MBC 오창식 스포츠국장은 "국내 방송사의 과열경쟁으로 외화를 낭비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방송 3사는 풀단을 구성해 중계권을 같이 사 오고 있다"며 "우리나라에 중계권을 비싸게 팔고 싶어하는 AFC가 방송 3사의 풀단을 깨기 위해 IB스포츠에 중계권을 판 것"이라고 설명했다. KBS 스포츠중계제작팀 이동현 팀장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는 MBC.SBS와 협의해 봐야 한다"며 "영국에는 시청자들의 볼 권리를 위해 월드컵이나 유럽컵 같은 국가적 관심 경기는 지상파 방송에서 중계하도록 법(Public View Right)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IB스포츠는 자회사인 Xports를 통해 경기를 독점 중계하지 않고 지상파 방송사 등 여러 매체에 중계권을 재판매할 예정이다. 월드컵 예선이 워낙 큰 관심이 있는 대회여서 지상파 방송사들은 결국 IB스포츠로부터 중계권을 구매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 이희진(40)사장은 "선진국의 경우 중계권 에이전시가 각 스포츠 단체에서 중계권을 사 이를 지상파 방송을 포함한 여러 매체에 재판매한다. 그래야 콘텐트가 지상파 방송에만 국한되지 않고 케이블.위성.DMB 등 다양한 매체에서 활용된다. 중계권 산업의 합리화 과정이며 이를 통해 스포츠 산업의 부가가치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IB스포츠는 올해 초에도 지상파 방송사들을 제치고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4년간 4800만 달러에 샀다. 방송 3사들이 중계권 매입을 거부하자 IB스포츠는 케이블 채널인 Xports를 만들어 박찬호(샌디에이고 파드리스).최희섭(LA 다저스) 경기 등을 직접 중계하고 있다.

IB스포츠의 모기업인 IB그룹은 자산 1조원 규모의 탄탄한 중견 기업으로 회장은 스페인 동포인 권영호(65)씨다. 대구 인터불고 호텔 등이 계열사다.

이지영.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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