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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반군, 대통령에게 결투 신청

중앙일보

입력

  꼬일 대로 꼬여 도통 풀릴 줄 모르는 우크라이나 정부와 동부 분리주의 세력 간 해결을 위해 결투를 하자는 제안까지 등장했다. 인테르팍스 등 러시아 매체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부 루간스크주의 분리주의자들이 자체 선포한 루간스크인민공화국 수장 이고리 플로트니츠키가 19일(현지시간)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공개 서한을 보냈다.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를 내고 있는 동부 지역의 정부군-분리주의 반군 간 무력 충돌을 멈추기 위해 결투를 해서 진 쪽이 이긴 쪽의 조건을 들어주는 것으로 하자는 내용이었다.

결투는 슬라브족의 오랜 전통이다. 제정 러시아 시절 귀족과 군인들은 다툼이 생겼을 때 양측이 서로 합의한 무기를 사용해 승자를 가렸다. 보통 권총으로 서로 멀지 않은 거리에 떨어져 서서 상대를 쏘아 맞히는 식이었다. 대부분은 목숨을 잃었다. 19세기 러시아의 대문호 알렉산드르 푸슈킨도 자신의 아내에게 구애 공세를 펼치던 프랑스인 장교와의 결투에서 총을 맞고 38세에 숨졌다.

플로트니츠키는 “내가 제시하는 조건은 모든 형태의 전투 중단, 루간스크주와 도네츠크주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군을 포함한 모든 군대의 철수, 우크라이나 정부와 분리주의 공화국 간 협상 개시가 전부”라며 “평화 조약이 비준되면 우크라이나(정부)와 경제 관계를 복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또 결투를 위해서 "양측 각각 참관인 10명, 언론인 10명을 대동하고 결투를 벌이자”며 “결투 장소와 무기는 당신이 선택하고 원하면 TV로 결투를 생중계해도 좋다”고 덧붙였다. 플로트니츠키는 포로셴코 대통령에게 "결투를 통해 자신을 뽑아준 국민들을 목숨을 바쳐서라도 보호할 준비가 돼 있음을 증명하라"고 도발했다.

플로트니츠키의 공개서한에 대해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 예브게니 페레비이니스는 트위터 글을 통해 “여성인 나제즈다 사브첸코를 교활하게 납치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넘긴 플로트니츠키에겐 우크라이나 법정과의 결투만이 남아있을 뿐이다”라고 냉소했다. 플로트니츠키는 반군 사령관으로 활동하던 지난 6월 우크라이나 정부군 부대를 공격해 여성 공군 조종사 나데즈다 사브첸코를 생포, 러시아 정보기관에 넘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충형 기자 ad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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