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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暗시장 '불법 자료' 판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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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영어 교재 50~1백원, 최신 영화 2백~4백원, H양 동영상.S양 누드집은 1백~2백원…'.

회사원 李모(34)씨는 최근 '앤유'라는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 '파일 사냥'에 나섰다. 몇몇 게시판에서는 최근 개봉 영화인 '엑스맨2'를 상하로 나눠 2백원씩에 세일 중이었다. 영어 회화 교재로 쓰이는 시트콤 '프렌즈'의 동영상 파일은 편당 50원이다.

소위 'H양 동영상'은 수십개의 게시판에서 팔고 있었다. 한 게시판에서는 2백원을 불렀으나 다른 데선 50원을 제시했다. 그는 휴대전화 결제로 1만원어치 '사이버 머니'를 받아 자료들을 샀다. 李씨는 "가격도 싸고 구입도 제한이 없다. 자료의 천국"이라고 말했다.

사이버 암시장이 활개를 치고 있다. 개인 간 파일 공유 방식(P2P)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사이트는 취재팀이 확인한 곳만 다섯 군데. 단순히 자료를 공유하는 사이트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당사자들은 건전한 정보 교환을 위해서라지만, 실제로는 불법으로 한 몫 챙기기에 바쁘다.

◆파일 암거래 성업=지난해 7월 서비스를 시작한 앤유의 게시판에서 활동하는 '업자'는 1천여명. 올해 개설된 '온파일'에도 1천3백여명, '마이샤피'에는 1백여명이 호객 중이다.

컴퓨터 파일로 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암거래 대상이다. 온파일의 gu***라는 게시판. MP3.뮤직비디오.동영상.강좌.영화.프로그램으로 항목을 분류해 수백가지 파일을 제공하고 있었다. 윈도XP.동아프라임사전.세스영어 등 각종 파일을 크기와 종류에 따라 50~4백원 정도 받는다.

암거래의 대금 결제 수단은 사이버 머니. 게시판 운영자들은 파일 판매로 얻은 사이버 머니를 해당 사이트의 쇼핑몰에서 물품으로 교환한다. 이 과정에서 사이트 운영업체도 일정액의 수수료를 챙긴다.

이들 암거래상의 수입은 천차만별. 한 게시판 운영자는 "보통 수십만~1백만원 정도 쉽게 벌 수 있어 고교생 '업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불법에 사기까지=말이 좋아 파일 공유지 대부분의 자료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것들이다. 게시판을 운영하는 ma***라는 네티즌은 "공유하는 파일 중 99%는 불법 자료다. 내가 가진 7백50기가바이트(CD 1천70장 분량)의 자료 중 불법이 아닌 건 10기가바이트도 안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영상협회 배원직 온라인감시팀장은 "일반 영화.음악을 복제해 비디오나 CD로 만들어 파는 것과 마찬가지다. 파일 공유가 아니라 저작권을 침해한 불법 상행위"라고 말했다.

부실한 자료들도 유통된다. 아이디가 ss***인 네티즌은 한 게시판에 "2백원 주고 파일을 샀는데 실행이 안된다. 비록 소액이지만 사기"라고 글을 올렸다.

그러나 해당 사이트 측은 "파일을 남에게 전송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책임은 게시판 운영자들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들의 역할은 개인과 개인을 연결시켜 주는 것에 불과해 해당 파일 내용이 무엇인지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책은 없나=허가없이 영화.음악을 유통시키면 저작권법, 음란물을 유포하거나 전시.판매하면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작권법은 피해자가 고소해야 하고, 음란물 유통도 개인이 음성적으로 벌이는 만큼 단속하기 어렵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 한명호 심의조정2부장은 "온라인상의 윤리의식을 높이기 위한 교육.홍보와 해당 사이트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장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각종 신고가 들어온 10여개 P2P 사업자를 주시하고 있다"며 "관련 자료를 확보해 문제가 드러나면 시정 명령을 내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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