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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조치에 기대…일단 관망세로|7.3조치 발표 20여일…경제계동향 점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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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7.3조처의 충격이 차츰 가시면서 부문별 명암도 어느 정도 완화되고 있다. 당초엔 큰 충격으로 받아들였으나 보완조처로 충격을 줄이겠다는 정부발표가 잇달아 나오면서 부문별파문도 줄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7.3조처가 워낙 충격적 내용이기 때문에 그전과는 경제 각 부문에서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것을 다시 종합·점검해본다. <편집자주>

<부동산>
7.3조치 후 약간 움직이는 기미가 보이나 아직 활발하지는 않다. 옛날엔 집을 내놓아도 보러오는 사람조차 없었으나 요즘은 그런 대로 움직임은 있다.
그래서 집을 옮기고 싶어도 엄두를 못 냈던 사람들이 최근 들어선 슬슬 이사갈 생각들을 품게 되었다.
돈이 풀리면 집값이 뛸 것이라는 심리 때문인지 소규모 주택의 거래는 그런 대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실수요자들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좀 무리를 해서라도 장만하는 케이스다.
은행금리가 떨어진 것도 큰 역할을 했다.
이와 함께 요즘 정부가 다소 엄포를 덜 놓는 바람에 부분적으로 부동산홋가도 오른편. 특히 개포·과천 등지의 주공아파트 프리미엄이 50만∼1백만원정도 올랐다. 또 흔하지는 않지만 굵직한 빌딩을 찾는 고객도 전보다 확실히 늘었다는 것이 소개업소들의 말이다. 특히 가게가 달린 집인 점포주택이 인기가 있다. 매물도 7.3직후에는 많이 들어갔으나 요즘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부동산불황과 투기논란 속에서도 요즘 「컨도미니엄」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또하나의 특징이다.

<은행>
7월 들어 20일까지 20일동안 은행예금은 2천1백87억원이, 대출은 6천3백28억원이 늘었다.
이를 작년과 비교하면 대출은 크게 늘었으나 예금은 상당히 부진한 편이다.
작년 같은 기간의 대출은 3천7백38억원, 예금은 3천4백77억원이었다.
정부의 경기활성화 조치에 따라 돈은 많이 풀렸지만 6.28 금리대폭인하조치와 7.3조치 등으로 역시 예금에는 영향이 많다.
올해는 작년보다 돈이 많이 풀려 통화량 규모자체가 커졌으나 예금증가액은 줄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예금구성에 있어서도 작년에는 저축성 예금이 많이 늘었으나 최근 들어선 요구불예금이 많이 늘고있다.
즉 작년 7월1∼20일 사이에는 저축성예금이 3천2백38억원, 요구불예금이 2백39억원 등 모두 3천4백77억원이 늘었다.
그러나 올해 같은 기간에는 저축성예금은 5백52억원 밖에 늘지 않았고 요구불예금이 1천6백35억원 늘었다.

<증권시장>
혼미를 거듭하던 주가는 7월 중순께로 접어들면서 안정세를 되찾았다. 당초의 충격이 잇따라 발표된 보완대책으로 일단 안심했다는 분위기다.
실명제는 예정대로 실시된다 하더라도 거래차익에 대한 과세, 더구나 종합과세하겠다는 당초 원안은 상당히 후퇴하지 않겠느냐는 반응들이다.
오히려 문제는 채권시장쪽이다. 7.3조치보다는 금리를 대폭 내린 6.28의 후유증으로 시장수익률과 발행금리의 괴리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발행금리가 11.8%인 회사채의 경우 시장수익률이 15%선에서 13%선으로 떨어졌으나 최근 들어 다시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은행과 투자신탁쪽에서 열심히 사들이면서 시장수익률을 그정도나마 떨어뜨렸었으나 이들의 매수가 주춤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대로 놓아둔다면 시장수익률은 더 올라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금·암달러>
금이건 암달러건 실제 거래되는 양은 팔려는 사람이 없어 별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7.3이전 보다 훨씬 줄어든 가운데 시세만 계속 춤을 추고 있다.
15년만의 한은 금 공매라는 엄포도 발표 후 2∼3일간 시세를 조금 떨어뜨리긴 했으나 7.3이전의 상태로 되돌려 놓지는 못했다.
즉 지난 20일 돈쭝당 4만6천5백원을 기록, 6.28이전에 비해 1만원이 뛰었던 금 도매시세는 한은의 금 공매발표가 나오자 21일 돈쭝당 4만4천원으로 하룻새 2천5백원이 빠졌고 22일엔 다시 4만2천원까지 떨어졌으나 23일부터는 다시 고개를 들어 5백원이 올랐고 24일에는 4만3천원선에서 도사린 채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은은 아직 금을 내다 팔지는 않고 있고 사정을 보아 월말부터 공매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지만 한은 금을 살 경우 10%의 부가세를 물어야하므로 한은 금이 과연 시중 금시세를 잡을 수 있을는지는 의문이다. 주민등록증을 보이고 세금을 물어가며 금을 사가게끔 하려면 한은은 엄청나게 싼값에 금을 내놓아야하기 때문이다.
한편 7.3직후 최고 1백달러당 8만9천원까지 올랐던 암달러시세는 24일 현재 4천원이 내린 8만5천선에 거래되고있어 일단 폭등의 기세는 누그러졌지만 6.28이전에 비하면 여전히 5천∼6천원이 올라있는 상태. 특히 최근에는 골동품·그림·골프장회원권 등도 보물이 귀하거나 값이 큰 폭으로 뛰고 있어 새삼스레 각광받는 실물로 등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채·부도>
7월1∼10일 사이에는 부도율이 꺾이는 듯 했으나 11∼20일 사이에는 평균수준을 넘어셨다.
금액기준으로 본 7월1∼10일의 부도율은 0.07%(일신·공영 제외하면 0.06%).
장여인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인 4월말까지는 0.08%를 유지해왔다.
7월1∼10일 동안 2천2백18억원이나 대출이 늘면서 부도율도 낮아졌다.
그러나 7월11∼20일에는 다시 금액기준으로 0.l2%(일신·공영 제외하면 0.09%)로 늘었다.
관계당국은 부도율이 다시 높아진데 대한 원인분석은 다음달쯤에나 가능할 것 같다는 진단이다.
사채시장은 아직 얼어붙은 상태가 계속되고있다.
장여인사건 이후 조사를 피해 잠적했던 중개업자들이 아직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명동·소공동 등 사채중개업자들의 사무실은 철시상태다.

<기업>
6.28, 7.3조치 등이 나오면서 신경들을 곤두세우고 영향분석과 계수분석에 열을 올렸던 각 기업들은 요즈음엔 완전히 팔짱을 끼고 앞으로의 추이를 관망하는 쪽으로 잠잠해졌다.
은행융자를 많이 쓰고있는 기업들은 큰 도움을 받게됐지만 그 효과는 시일을 두고 천천히 나타날 것이어서 당장의 투자조정을 불러오진 못하고있고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벌써 과도기의 현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자금압박해결이 더 급한 문제다.
이에 따라 특히 많은 중소기업들이 당장의 자금융통을 도와줄 새로운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또한 산너머 산이라고 금리가 내리고 나니 이제는 해외부문의 비중이 큰 건설·정유·종합상사 등 많은 기업들이 환율·유가 등의 문제로 또다시 정부쪽만 바라보고 앉아있게 됐다.
한편 각 경제단체들은 6.28, 7.3조치에 대한 보완책으로 간접세 인하, 실질적인 중소기업 자금지원, 수출금융지원 확대 등을 건의하는 등 대정부건의가 전에 없이 활발하다.

<단자·기업어음>
7.3조치 이후 단자회사예금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20일 현재 예금은 6월말에 비해 4천5백억원이나 줄었고 이에 따라 대출도 3천2백50억원이 감소했다.
대형단자회사의 경우 최근 들어 예금감소폭이 약간 줄긴 했으나 여전히 하루 평균 10억원가량이 빠져나가 7월3일 이후 약2백억원이 줄어들었고 이 바람에 신규대출은 거의 중단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단자회사 한 관계자에 따르면 주로 개인예금이 빠져나가는 것이며 일단 은행의 요구불예금쪽으로 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신종기업어음(CP) 시장은 장여인사건 이후 대기업어음 위주로 완전히 분위기가 바뀌었다.
12.5%로 발행하고 있는 삼성전자·대우·현대건설 등 대기업어음이 금리가 낮아도 안전도 때문에 잘 팔리고 있는 반면 최고금리 14%로 발행하는 어음은 오히려 잘 팔리지 않고 있다.
매출량은 한때 50억∼60억원(하루평균) 선으로 떨어졌던 것이 최근 다시 70억∼80억원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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