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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한국인 정서 진하게 밴 디지털 음악 소개할 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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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2006년 11월 6~11일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리는 제33회 국제컴퓨터음악총회(ICMC)의 조직위원장을 맡은 작곡가 박태홍(36.뉴올리언스 툴레인대 음악과 교수)씨가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에서 특강을 하고 2006 ICMC 홍보도 하기 위해서다.

ICMC는 전세계 컴퓨터 음악 관련 작곡가.학자.공학자.연주자들이 모여 결성한 국제컴퓨터음악협회(ICMA)가 매년 개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컴퓨터 음악 발표회. 작품 연주와 논문 발표로 꾸며지며 올해는 9월 5~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다.

"컴퓨터 음악이 처음 발표된 게 1955년이니까 올해가 탄생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요즘 영화.TV 등 미디어를 통해 접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음악이 컴퓨터 음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오스트리아 빈에서 외교관의 아들로 태어난 박씨는 아테네(그리스).킨샤샤(콩고).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92년 고려대 전자공학과 재학 중 강변가요제 본선에 진출했고 홍대 앞 클럽에서 베이스 기타를 치면서 밴드 활동도 했다. 대학 졸업 후엔 4년간 LG전자기술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디지털 건반악기 개발에 참여했다. 본격적으로 음악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 다트머스대에서 전자음악으로 석사학위를, 뉴욕 프린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컴퓨터 음악 하면 대부분 게임 음악을 떠올리기 쉬운데 악기 개발, 음악분석, 로봇 연주 등 응용분야가 다양합니다. MP3도 컴퓨터 음악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파일 압축 방식이죠."

그는 아내와 함께 뉴올리언스에 살면서 툴레인대에서 음악 테크놀로지를 강의하고 있다. 브렌타노 4중주단, 뉴저지 심포니, 타랍 첼로 앙상블 등 미국의 정상급 악단이 그의 작품을 연주해 왔다. 그는 '아버지''어머니''태풍''가면' 등 한국적인 정서가 진하게 배어있는 작품을 만들어 왔다. 내년 ICMC에서는 가야금을 필수 악기로 지정해 한국 작품을 많이 소개할 계획이라고 한다.

"컴퓨터 보급으로 누구나 손쉽게 작곡가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죠. 하지만 아무리 화려하고 복잡한 기술로 만든 음악이라고 해도 감동이 없으면 소음일 뿐이죠. 테크놀로지 대신 음악이 부각되어야 좋은 작품입니다."

박씨의 꿈은 ICMC의 서울 개최.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베이징.홍콩.도쿄에서 열렸지만 정작 정보기술(IT) 강국인 우리나라에서는 유치 계획조차 없어 자신이 열심히 뛰고 있다고 했다.

글.사진=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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