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와 민간 핵기술 교류 합의 미국서 논란 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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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인도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외교적 돌파구를 마련했다."

"핵확산 금지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다."

미국과 인도의 민간부문 핵기술 교류 합의를 둘러싸고 미국 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핵 전문가인 조셉 시린시온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연구원은 "인도를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가로 인정해 주는 것은 다른 나라에 '인도처럼 몰래 핵을 개발해도 결국 핵보유국가 지위를 인정해 주겠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서명하지 않은 인도에 대한 민간 핵기술 금수를 해제하기로 했다고 18일 발표했다. NPT 비서명국과의 핵 교류를 법률로 엄격히 금지해온 기존의 정책에 역행하는 조치였다.

헨리 소콜스키 비확산정책교육센터 소장은 "부시 대통령이 의회와 44개 원자력 공급국가그룹(NSG)을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과 만모한 싱 인도 총리가 합의한 내용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법률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영국.프랑스.러시아 등 NSG 국가의 동의도 필수다.

인도 전문가인 앨런 크론스타트 의회조사국 연구원은 "의회. NSG그룹과 사전 협의가 없었고, 입법 계획도 제시하지 않아 부시 행정부의 목적이 가까운 장래에 달성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애실리 텔리스(전 국가안전보장회의 관리)는 "국제사회가 인도를 예외 국가로 인정할지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NPT가 이미 유명무실한 상태이기 때문에 미.인도의 핵 교류 합의가 NPT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는 의견(로버트 맥나마라 전 국방장관)도 제시됐다. 맥나마라 전 장관은 부시 대통령의 핵확산방지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조지 페트로비치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연구원은 "이번 합의는 외교적으로 큰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급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인도와의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페트로비치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1971년 중국을 방문했듯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도 인도를 향한 길을 트고 있다"고 말했다.

국무부는 25일 상원 외교위원회에 인도와의 합의 내용 배경을 설명했지만 공화.민주 양당 모두 실망스럽다는 반응이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보도했다. 한 상원의원 보좌관은 "백악관이 입법과 관련한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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