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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수준 미니 신도시 만든다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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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열린우리당 원혜영 정책위의장이 26일 언급한 '서울 강남을 대체할 미니 신도시 건설'은 실현 가능한가. 만일 추진한다면 어디에 들어설 것인가.

주무 부서인 건설교통부는 일단 강남 주변의 미니 신도시 건설을 검토한 적이 없지만 여당에서 필요성을 주장한다면 타당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미니 신도시를 추진할 경우 크게 ▶군 시설▶지방으로 이전할 공공기관이 있는 기존 부지▶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등이 후보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왜 추진하나=투기억제책만으로는 강남으로 몰리는 고급 주택에 대한 수요를 차단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고급 주거지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는데 강남에 버금가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투기 수요 억제책과 함께 고급 주거지 공급확대대책을 내놓자는 게 여당의 주장이다. 그렇다고 분당.일산 같은 대규모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우선 그만한 땅을 구하기 어렵고, 건설기간도 길어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는 미흡하다. 이때문에 정부가 보유한 땅을 활용한 미니 신도시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신도시를 들고 나왔다가 자칫 후보 지역 땅값만 올리는 '역풍'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 어디에 건설될 수 있나=원 의장의 언급은 "송파구 문정동과 강남구 일원동처럼 강남과 인접한 곳"과 "규모가 수십만 평"이라는 정도다. 이 기준에 맞는 곳을 찾는다면 송파구 장지동과 거여동 일대에 있는 특전사 부지(58만 평)와 남성대 골프장(24만 평)이 '0순위'로 꼽힌다. 그러나 국방부는 부동산 대책 마련을 위한 군사시설 이전을 반대한다.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용인의 경찰대학과 법무연수원 부지가 각각 20만 평이 넘어 후보지가 될 수 있다. 다만 강남과 다소 먼 게 약점이다. 서울시가 택지개발지구로 지정할 예정인 강남구 세곡동과 서초구 우면동 등 강남권 4개 지구도 후보지로 꼽힌다.

서울시는 이들 지역의 그린벨트를 해제해 국민임대주택과 일반 분양주택을 건설할 계획이다. 규모를 확대하고 필요한 기반시설도 함께 건설한다면 소규모 신도시가 될 가능성이 있다. 개발이 예정돼 있지 않지만 강남구 개포동의 구룡마을도 관심을 끄는 곳이다.

◆ 집값 안정 효과 있을까=미니 신도시 건설이 부동산 가격 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신도시 건설은 안정세를 찾아가는 부동산 시장을 다시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며 "신도시보다 강남 재건축 단지에 적용하고 있는 소형 평수 의무건설 비율을 완화해 중대형의 공급을 늘리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사장은 "강남 재건축 규제를 풀 수 없다면 미니 신도시 건설이 합리적 대안이다. 부동산 대책에 공급 확대 방안이 포함되지 않으면 언젠가는 수급 불균형에 의해 부동산 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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