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up] 도요타, 현대차를 뜯어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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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룸버그]

"'세계 1위'가 되는 건 의식하지 않아요. 도요타는 아직 개발도상이에요. 레벨을 더 올려야 합니다. 세계에서 제일 좋은 차를, 제일 싸게, 제일 빨리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아직 과제투성이예요."

지난달 23일 도요타 자동차의 사령탑으로 취임한 와타나베 가쓰아키(渡邊捿昭.63.사진) 신임 사장은 26일 중앙일보.뉴욕 타임스 등 일본 내 4개 외국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도요타의 향후 세계 전략을 피력했다.

그는 문제점을 끊임없이 찾아 해결하는 '도요타식 가이젠(改善)'을 누차 강조했다.

"내가 왜 도요타를 개발도상이라고 하느냐면 모든 분야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너무 많기 때문이에요. 먼저 개발 부문을 예로 들면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아직 일반 가솔린 자동차보다 40만~50만 엔이 비싸요. 이를 더 싸게 하려면 기술 개발도 빨리 하고 생산성도 올려야 합니다. 판매.서비스도 마찬가지예요. 고객에게서 진짜 만족을 얻고 있느냐 하면 그렇지 못합니다. 품질도 비용도 아직 문제가 많습니다. 종업원 모두 '아직 우리가 추구하는 수준에서 보면 충분치 못하다'는 의식을 갖지 않으면 진짜 좋은 차를 만들지 못합니다."

그는 "도요타의 최대 강점이자 '원점'은 결국 품질"이라고 설명했다.

와타나베 사장은 "아무리 판매 대수가 늘어도 품질을 중요시하는 인식과 시스템이 사라지면 도요타의 강점은 없어진다"며 "이에 따라 최근 각 부문에서 '모든 문제점을 서랍 속에 넣지 말고 다 내놔라. 그리고 모두가 같이 보자. 그리고 원인을 치밀하게 따져보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자'는 운동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또 "렉서스 브랜드 도입 20년을 맞아 과연 고급 차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놓고 다시 한번 고민하면서 일본에서 렉서스 브랜드의 '제2의 도약'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금 미국 시장에서 GM.포드가 가격을 내리고 현대차도 많이 싸졌지만 도요타는 그 상품력과 품질을 감안할 때 가격을 내릴 필요가 없다고 본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근 제너럴 모터스(GM) 등 미국세가 몰락하고, 도요타가 약진하고 있는 데 대한 원인을 묻는 질문에는 '겸손'으로 일관했다.

"도요타가 GM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르는 건 시간 문제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우리는 미국에서 점유율이 아직 10% 정도이고, 중국에서는 열번째 업체입니다. 유럽은 더 미미하고요. 한국에서도 5000대 팔리는 정도입니다. 아직 멀었어요. 이제부터예요."

와타나베 사장은 또 현대자동차에 대해선 '위협적' '대단한 회사'란 표현을 쓰며 치켜세웠다. "5월에 중국에 가 보니 현대차의 기세가 대단하더군요. 그래서 도요타 톈진(天津) 공장에 들러 '(현대차를) 더 공부해라. 공부가 부족하다'고 지시했어요. 솔직히 이건 오프 더 레코드(보도 금지)에 가까운 이야기지만 제가 '현대차를 분해하시오. 그리고 도요타가 벤치마킹했을 때 어떤 점이 좋고 나쁜가를 조사하시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실제 현대차를 분해해봤습니다."

그는 기자에게 "현대차가 저가격 자동차를 포함해 품질을 이만큼 향상시킬 수 있었던 비밀을 제발 가르쳐 달라"고 진지하게 묻기도 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 도요타시서 태어난 '도요타 맨'

와타나베 사장은 말 그대로 '도요타 맨'이다. 도요타 자동차의 터전인 아이치(愛知)현 도요타시에서 태어날 때부터 도요타와 인연을 맺었기 때문이다. 1964년 게이오(慶應)대학을 졸업하고 도요타에 몸담은 이후 41년 만에 사장의 자리에 올랐다. 입사 후 최초에 배치된 부서는 구내식당의 급식 담당. 어떤 메뉴가 좋을지 매일 궁리하면서 회사와 동료에 대한 애정을 키웠다. 이후 구매.경영기획 등을 두루 거쳤다. "마음은 따뜻하지만 머리는 냉철하다"는 게 중평이다. 대학 시절 합창부에서 갈고 닦은 노래솜씨는 수준급이다. 왼쪽 차는 도요타가 26일 일본 도쿄의 전시회에서 선보인 렉서스의 차세대 컨셉트 카인 L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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