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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미 있는 문화공원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88년 올림픽을 계기로 서울 잠실지구에 4개의 공원이 조성될 계획이다. 이 계획은 정부가 마련중인 올림픽 마스터플랜의 한가지로 경기장과 선수촌 주변일대가 시민의 위락공간으로 바뀜을 뜻한다.
좁은 도로와 시멘트 숲에 파묻힌 서울시민으로선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성급한 얘기 같지만 이번에 조성되는 공원은 경관과 시설이 뛰어나 외국에 비해도 손색이 없도록 만들 것을 우선 당부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계획으론 백제토성이 있는 몽촌 일대에 30만평의 민족공원, 민족공원과 일부 경기장, 선수촌 주변에 49만평의 만국공원, 남서울 대운동장 건너편에 2만평의 아시안 공원, 그리고 잠실중심지의 석촌호 일대에 7만평의 호수공원이 들어선다. 잠실지구 조성 때부터 거론돼온 석촌호 공원을 빼면 나머지 3개가 신설되는 셈이다.
이번 올림픽공원 조성계획이 공원본래의 기능을 다하려면 도시설계전문가의 정성스러운 자문을 받을 것을 권고한다. 과거에 흔히 보아온 서울의 녹지대는 잔디밭과 거기를 둘러싼 울타리가 전부였다.
시설의 빈 약은 말할 것도 없고 기본설계며 미관이나 전통미가 곁들이지 앉았다. 거의 백지상태다.
어느 나라 도시나 그 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특유의 공원풍치가 따로 있다. 파리에 가면 뤽상부르 공원이 그렇고, 뉴욕의 센트럴파크가 예외가 아니다. 그것은 평범해 보이지만 주변의 환경과 그 도시의 특색을 감안하면 하나의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공원은 어느 날 만들었다 어느 날 없앨 수 있는 가 건축물이 아니다. 세세로 우리후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문화유산이다.
올림픽공원을 조성함에 있어서도 이조의 정원 미나 이탈리아와 프랑스공원의 기하학적 조형미가 모두 연구대상이 되어야하며 이것은 공원의 성격을 어떻게 잡느냐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마디로 공원은 예술적으로 아름다운 분위기가 감돌아야 하며 이래야 진정한 시민의 휴식처가 되고 사색과 레크리에이션의 공존장이 될 것이다.
서울에 너무나 공원이 부족하다는 것은 이미 몇 차례 지적이 됐거니와 그 결과 시민의 위락에 대한 욕구와 그를 충족시켜주는 위락시설과의 격차는 점차 더 확대되고 있다. 현재 남서울대공원이 86년 완공목표로 건설되고 있으나 그것 만으론 부족한 실정이다.
이처럼 쉴 장소가 부족해진 데는 물론 서울이 도시계획에 따라 건설된 곳이 아니고 또 재원도 모자라는 것이 근본원인이나 최근의 녹지공간 확보대책을 소홀히 한데도 원인이 있다. 학교 터를 이전한 자리에 대형빌딩을 건축하는 예가 바로 그것이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올림픽을 계기로 공원 조성계획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거기엔 몇 가지 기본원칙이 마련되어야 한다.
우선 시민이 값싸게, 가급적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위락공간이 되어야한다. 별 볼 것도 없는 곳에 비싼 입장료를 받는 공원은 빈축의 대상이 될 뿐이다.
아울러 새로 조성되는 공원엔 자연과 문화유산이 보전되어야 한다. 흔히 건설의 명목으로 수목부터 잘라 없애는 계획은 참 곤란한 얘기다.
아울러 올림픽공원 건설이 시민의 지나친 부담으로 나타나면 안 된다. 정부는 가급적 적은 비용으로 올림픽을 치르겠다고 수차 공약한 만큼 지나친 외화를 노리다가 시민의 원성을 듣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이제 서울도 시멘트건물 대신 도시녹지공간의 확보에 주력할 때다. 시민의 의식도 이 이삼 더 살벌한 풍경의 확대는 참을 수 없을 것이다. 지하철이 다니고 전깃불이 휘황하다고 다 도시는 아니다. 사람의 숨결이 스미는 곳, 녹색의 공간이 적절히 배치된 도시만이 진정 사람이 사는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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