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기로에서 구호의 손길 고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가지예(레바논·이스라엘 점령지구)19일AP=연합】약 10만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레바논의 이스라엘 점령지역에서 학교와 쓰러져 가는 건물, 그리고 오린지 숲 속에서 기거하면서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구호의 손길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스라엘이 점령하고있는 가지예 지방의 한 학교에 수용돼있는「자하르」양(15)은 눈시울이 젖은 채 더러운 옷을 입고있었으며 왼쪽 팔마저 곪아터져 그 참상은 보기조차 어려웠다.
이 소녀는 건강상태를 묻는 기자질문에『이곳에는 의사도 없고 도움을 청하려해도 이곳을 떠나기가 두려워 그저 여기에 머물러있다』고 말했다.
이곳 난민들은 피난 올 때 가져온 식량으로 간신히 연명하면서 밤에는 학교마루에서 자고 낮에는 밖에 나와 구호의 손길이 닿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난민들은 굶주림으로 이미 2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6명의 어린이를 가진「아부·니달」씨(34)는 어린아이를 무릎에 앉힌 채『앞으로 얼마동안 사는데는 별문제가 없겠지만 그 다음은 어떻게 될지 나도 모르겠다』고 절망 어린 어조로 말했다.
레바논 관계당국은 오는 10월 새 학기가 시작되면 이 학교에 머물러 있는 모든 난민들은 떠나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어 갈곳이 막연한 난민들의 실정은 더욱 착잡하기만 하다.
이와 관련,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사업기관(UNRWA)은 남부 레바논에 있는 11만 3천 여명의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위해 구호사업을 벌이고 있으나 자금압박과 이스라엘 측의 이동제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있다.
UNRWA 관계자들은 가장 시급한 문제가 식량과 주택문제라고 강조하고 구호현황의 정확한 실태파악의 어려움을 시인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