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 그 기업이 알고싶다] 9. 대한항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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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초 입사한 대한항공 신입사원들이 서울 등촌동에 있는 이 회사 인력개발센터에서 서비스 교육을 받고 있다. 이들은 “네, 해드리겠습니다”는 구호를 외치며 고객 응대요령을 익히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한낮 기온이 섭씨 30도를 웃도는 찜통 더위가 계속 되고 있지만 대한항공에는 휴가 가는 직원이 거의 없다. 여행 성수기라 업무가 바쁜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무료 항공권 때문이다. 항공사답게 직원들은 무료 또는 90% 이상 할인된 국내외 항공권을 1년에 10장 이상 쓸 수 있다. 그러나 성수기에는 고객을 우선 태워야하기 때문에 직원들은 이 항공권을 이용하지 않는다. 다른 외국 항공사를 이용할 때도 협정에 따라 성수기만 아니면 거의 공짜로 탈 수 있다.

◆ 첫째도 서비스, 둘째도 서비스=대한항공에는 비행기를 모는 조종사직을 비롯, 기내 서비스를 담당하는 스튜어드.스튜어디스 등 운항승무직, 공항 내에서 수속 업무를 맡는 운송서비스직, 정비사, 일반 행정관리직 등 다양한 업종의 직원이 일한다. 이처럼 하는 일은 다르지만 '첫째도 고객, 둘째도 고객' 이라는 서비스 정신은 공유하고 있다. 인사담당 강두석 부장은 "사소한 업무라도 책임있게 일하며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성실한 직원을 원한다"고 말했다. 채용은 세 부분으로 나눠 진행된다. 1년에 100여 명을 뽑는 대졸공채는 매년 10~11월 한차례 이루어진다. 4년제 대학 졸업자(다음해 2월 졸업예정자 포함)로 토익 점수가 750점(2004년 기준)을 넘어야 응시할 수 있다. 집단토론.영어면접.임원 면접 등 다양한 면접 과정을 통해 적응력.국제감각.적극성 등을 보고 뽑는다. 여성 승무원 공채도 매년 하반기 한 차례 실시하는데 단정한 용모와 매너.말투 등을 중요하게 본다. '키 1m62㎝, 교정 시력 1.0 이상'이 기본 조건으로, 체력까지 테스트한다. 조종사는 공군 조종사 경력으로 입사하는 경우가 있고 제주도에 있는 한국항공대 비행교육원을 거쳐 입사할 수도 있다. 21개월 과정인 비행교육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4년제 대학 졸업자로서 '키 1m65㎝, 교정 전 시력이 0.5 이상'은 돼야 한다.

◆ 해외 근무 기회가 많다=대졸자 공채로 회사에 들어오면 입사 후 2개월간 기본교육을 받게 되며 6개월간 전담 멘토(선배)가 지정돼 적응을 도와준다. 입사 1년이 지나면 재충전(Refresh)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1주일간 몽골 현지 연수를 통해 회사 내 사업본부를 익히고 자신의 경력 개발 계획을 짠다. 입사 5~6년차가 되면 단기파견자(1년)로 해외 근무가 가능해진다. 해외 근무자는 사내 공모로 희망자를 파악하고 면접 및 근무성적 심사를 거쳐 뽑힌다. 지점장 등 정식 주재원은 통상 입사 후 8~10년차부터 가능하다. 대한항공은 현재 전 세계 77개 도시에 지점을 두고 있다. 직접 비행기 운항을 담당하는 직종은 교육이 더 철저하다. 여승무원의 경우 8주간 기본교육을 받은 뒤 3개월간 국내선을 타다가 다시 4주간 국제선 교육을 거쳐야만 국제선 비행기를 탈 수 있다.

◆ 높은 임금, 보수적인 분위기=대한항공은 안전을 중시하는 항공.물류 사업을 하는 회사답게 사내 문화는 다소 보수적이란 평을 받는다.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12.3년. 다른 대기업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스튜어디스 등 여직원들이 결혼 후 스스로 직장을 떠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근무 연한은 긴 편이다. 평균 급여는 1인당 6000만원으로 국내 상장기업 중 5위다. 비행 운항 업종과 일반 관리직의 급여는 차이가 많이 난다. 초임 기준으로 조종사는 7500만원, 승무원은(4년제 대졸 기준) 3200만원, 일반관리직은 2900만원 수준이다. 기장의 경우 최고 1억7000만원까지 받는다. 공항에서 집이 먼 직원들을 위해 회사는 김포.김해.제주에 2200여 가구의 사원 아파트를 빌려주고 있다. 이 밖에 자녀 수에 관계없이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학자금을 회사 측이 전액 지원하며, 직원 본인 및 배우자의 암 보험료 일부도 대신 내주고 있다.

윤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