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수능’에 동점자 많아 … 대학 영역별 반영비율 따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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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9일부터 시작하는 올해 대학 정시모집에선 역대 가장 적은 인원을 선발한다. 수능 성적 반영 비율이 지난해보다 커졌지만 ‘물수능’ 논란을 빚은 만큼 올해 수능 변별력은 낮을 전망이다. 때문에 올해 정시는 여느 해보다 합격선과 경쟁률 예측이 어려워졌다. 교사·전문가들은 “지원하는 대학의 수능 영역별 반영비율, 가산점 등은 물론 동점자 처리 기준까지 꼼꼼히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17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2015학년도 정시모집 주요 사항’을 발표했다. 전국 197개 4년제 대학이 2015학년도 정시를 통해 신입생 36만6821명 중 34.8%인 12만7569명을 뽑는다. 선발 비율은 지난해(33.7%)보다 다소 늘었지만 인원은 지난해(12만7624명)보다 55명 줄었다. 2011학년도(15만124명)에 비해 15% 감소했다. 대교협 최창완 대학입학지원실장은 “대학 구조조정으로 입학 정원 자체가 줄면서 정시 선발 인원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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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정시는 수능 비중이 커졌다는 게 특징이다. 정부의 대입 간소화 정책에 따라 수능 중심으로 단순화됐다. 정시 전형은 크게 수능과 학생부(교과+종합), 실기 위주 전형으로 나뉘는데, 올해 수능 위주 전형으로 뽑는 신입생이 87.2%에 이른다(지난해 71.3%). 음악·미술 등 예체능 계열이 주로 치르는 실기 위주 전형은 11.1%다. 학생부 교과(0.4%), 종합(1.2%) 전형도 규모가 줄었다. 올해 정시에서 수능만 100% 반영해 뽑는 모집단위를 둔 대학은 89곳(인문계열 기준)이다. 면접·구술을 20% 이상 반영하는 대학은 29곳으로 지난해(34곳)보다 줄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정시에선 동일한 모집단위가 복수의 군(가·나·다)으로 분할모집할 수 없다. 서울대가 나군에서 가군으로, 고려대와 연세대가 가군에서 나군으로 옮기는 등 주요 대학들의 모집군도 변경됐다.

 김명찬 종로학원 평가이사는 “이 때문에 각 대학·학과의 정시 합격선, 경쟁률이 지난해와는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막연히 지난해 기준으로 판단하고 지원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올해 정시에선 ‘우선선발’도 폐지됐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우선선발 폐지로 주요 대학들은 국어·수학·영어·탐구 등 4개 영역을 모두 반영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영어·수학 등의 변별력이 떨어져 유사한 점수대 학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수험생 입장에선 지원 희망 대학의 영역별 반영 비율을 보고 자신의 유불리를 따져야 한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올해처럼 ‘쉬운 수능’의 해엔 미세한 차이가 당락을 좌우한다”며 “지원 전에 모집 요강을 꼼꼼히 살펴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 가산점, 백분위·표준점수 등 수능 적용 방식 등을 하나하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능 100% 반영 대학에선 동점자가 나올 가능성도 크다. 이만기 유웨이중앙 평가이사는 “특히 국·수·영 모두 쉽게 출제된 자연계열의 상위권 학생들은 각 대학의 동점자 처리 규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동점자 처리 기준은 학교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대개 ‘수능 영역별 우선 순위’를 적용한다. 총점이 같을 때 특정 영역 점수가 더 높은 지원자를 우선하는 방식이다. 경희대 인문 계열의 우선 순위는 영어>국어B>수학A>사회탐구 순, 사회과학 계열은 수학A>영어>국어>사탐 순, 자연계열은 수학B>영어>과학>국어B 순이다.

 영역별 우선 순위를 적용해도 가를 수 없을 때는 별도 기준을 따른다. 경희대는 최근 졸업자, 연소자에게 우선권을 준다. 성균관대는 학생부 석차등급 평균을 기준으로 한다.

 정시에선 학생부 반영 비율이 낮은 대학이 많다. 하지만 수능 동점자가 많이 생기는 ‘물수능’에선 최종 합격을 가르는 변수가 될 수도 있다. 김혜남 문일고 진학부장은 “고3 재학생이라면 기말고사 준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교협은 상담교사 240명을 확보해 대입 상담전화(1600-1615)를 운영하고 있다. 다음 달 4~7일 서울 코엑스에서 ‘정시모집 대입정보 박람회’를 개최한다. 이달 25일부터는 전국 시·도교육청과 함께 권역별 입시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천인성·윤석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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