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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장벽 넘은 한·일 에너지 공룡의 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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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훤배 울산아로마틱스 대표가 생산시설과 판매 전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울산=이현택 기자

SK종합화학이 14일 파라자일렌(PX)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울산아로마틱스(UAC)’ 공장을 공개했다.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 규제에 막혀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일본과 합작회사다. PX는 페트병·폴리에스테르 섬유 등을 만드는 원료로 쓰이는 화학물질이다. SK그룹에서는 SK종합화학 80만t, UAC 100만t, SK인천석유화학 130만t, 싱가포르 합작법인 80만t 등 연간 331만5000t 생산이 가능해졌다.

UAC는 2012년 11월 공장을 착공, 올 4~5월 시험 가동을 한 뒤 지난달 정식 준공했다. SK가 2007년 일본의 신일본석유(현 JX에너지)와 파트너십을 맺은지 7년 만이다. 2007년 JX와 제휴했을 당시에만 해도 SK는 한·일 합작 공장 설립을 적극 검토했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합작 법인 설립은 기약없이 연기됐다. 3년 뒤인 2011년에는 동일본 대지진이 터졌다. JX에너지는 합작은커녕 당장 정유시설 가동을 중단해야 할 처지였다. 당시 최태원 SK 회장은 합작 공장 설립 대신 JX가 구매할 예정이던 중동산 원유 200만 배럴(2억 달러 상당)을 대신 수입하고, 휘발유 26만 배럴을 공급해 줬다. 그만큼 서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이다.

하지만 한·일 두 에너지 공룡의 파트너십에는 또 하나의 복병이 있었다. 한국의 법령 규제였다. 기존 외촉법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신설법인을 합작회사로 설립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또 증손회사를 설립하려면 지분율을 100%로 해야 했다. 이에 따라 SK㈜→SK이노베이션→SK종합화학→울산아로마틱스로 이어지는 ‘증손’ 지분 구조는 성립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올해 초 외촉법 개정으로 지분율 규정이 50%로 내려가면서 법인을 만드는데 길이 열렸다. 현재 UAC는 자본금 9363억원으로, SK와 JX가 반반씩 출자했다.

어렵사리 산고는 치렀지만, 이번엔 PX의 국제 시세가 떨어져 걱정이다. 이훤배(52) UAC 대표는 “공장 건설 당시에는 연 평균 2조5000억원의 매출을 기대했지만, 요즘 PX 가격이 떨어져 2조원대를 턱걸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 새 글로벌 시장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SK는 이날 UAC 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화학기업 SABIC과 50:50 출자한 ‘넥슬렌’ 생산 공장도 공개했다. 넥슬렌은 비닐하우스·차량 내장재 등에 들어가는 고품질 비닐의 원천 물질이다. 이달 12일부터 시험 생산을 시작했으며 내년 초 시판 예정이다. SK는 또 중국 시노펙과 우한 지역에 나프타분해설비 공장, 스페인 렙솔과 윤활기유 합작 공장을 운영한다.

SK그룹 측은 이를 ‘글로벌 파트너십’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SK 관계자는 “넥슬렌 공장은 다우·엑손모빌 같은 글로벌 기업이 갖고 있던 기술을 SK가 독자적으로 개발해 만든 설비”라며 “여기에 세계 선도 업체의 투자를 유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울산(글·사진)=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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