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사편위의 과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사연구의 총 본산 격인 국사편찬위의 개편은 국사 체계화를 위한 새로운 기대를 갖게 한다.
그것은 과거의 국사편찬위원회에 대한 불만이란 의미 보다도 새로운 발전의 계기로서 이 시점이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위원장의 교체를 비롯하여 15명 정원의 위원 중 8명을 교체한 것이 우선 대폭적일 뿐 아니라 교체의 성격이 매우 획기적임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초창기부터 계속 연임해 온 65세 이상의 원로급 학자들이 물러나고 새로 광복 이후 역사학을 전공한 학자들로 세대교체 한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일제식민사학과의 연관에서 자라온 해방 전 세대의 퇴진과 자유로운 학풍과 민족주체 의식이 고조된 광복 이후 세대의 등장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새 세대의 등장은 학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에게 하나의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심고 있다.
물론 희망이 보답되고 성취되는 경우는 과거 별로 경험한 바 없더라도 우리 국사 연구의 정신과 실천에서 적지 않은 반생과 진전이 있으리란 것은 얼마든지 생각할 수 있겠다.
그 점에서 새로 개편된 국사편찬위원회가 새로운 각오로 새로 출발하기를 당부하고자 한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이 기관이 비록 정부기관이긴 하지만 정권에 영향받지 않는 엄격한 진리 수호의 정신과 자유로운 학문의 기풍을 유지하는데 투철해야 한다는 점이다.
부끄러운 과거를 들출 것도 없이 민족사의 실상을 밝히며 국민의 올바른 역사의식을 고취하여야 할 이 기관의 책무는 실로 막중한 것임을 인식해야 겠다.
식민지 시대에 교육받은 권위주의적이고 보수적인 구세대 사관에 영합하고 편승하는 습성을 탈피하여 민족의 주체적 정신을 고취하는 사안의 개발도 필요하거니와 한편으로 권력의 위세에 눌려 제 정신을 잃은 문벌사학으로 전락하지 않는 정신도 절실하다.
물론 이 기관이 국사의 연구 편찬과 사료의 정리 간행을 통해 미궁투성이인 한국사의 여러 문제들을 밝히고 해결하는데 배전의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간 편찬된 이 기관의 「한국사」는 광복 이후 우리 학계의 연구 결과를 집성한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또 학계와 사회 일부의 비판도 적지 않았던 점도 잊어서는 안되겠다.
특히 고대사를 둘러싼 불만은 국사 교과서에 관한 국회 공청회를 여는 사태까지 몰고 갔던 점도 국사편찬위원회의 그간의 연구 활동이 문제가 있음을 단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다행히 새 국편 위원장은 이점을 인식하고 고대사 문제를 비롯한 국사의 쟁점들을 학술적으로 정리한 자료집을 내놓는 한편 한국사 연구 진흥 기금으로 이런 쟁점들을 적극 연구하겠다는 듯을 밝히고 있다. 그건 당연한 것이다.
국사편찬위원회의 국사 체계화 사업은 바로 국민의 올바른 역사의식 고취와 직결되는 것이다.
민족의 긍지와 주체성을 확립하여 이 시대 난국을 타개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과제이다.
퇴영과 고식에 빠진 민족정신을 일신하여 세계 속에 나아가게 하는 것도 그런 올바른 민족사의 의식이 있음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그런 정신이 투철할 때 우리는 역사를 사실 그대로 밝히는 용기도 있어야 한다. 자기비판에 냉정한 민족만이 밝은 미래를 열 수 있다는 정신도 고취해야 겠다.
아울러 지금 거의 단절된 채 있는 북한 사학계와의 연구 교류도 적극 민족 재결합의 차윈원에서 추진해야 겠다.
물론 내실이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만큼 능력 있는 연구원의 확보 유지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개편된 국사편찬위원회가 우리 역사를 밝히는데 획기적 기여를 하기를 당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