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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펴낸 닛케이 다마키 서울지국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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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한국 대기업의 개혁 비결은 서구의 구조조정을 감원.감봉 등 단순한 감량경영으로 이해하지 않고 '구조조정은 미래 성장의 원동력'이라는 리스트럭처링의 뜻을 잘 이해한 데 있다."

다마키 다다시(玉置直司.44.사진) 니혼게이자이신문 서울지국장은 최근 일본에서 출판 직후 화제의 다큐멘터리로 호평을 받고 있는 '한국은 왜 개혁할 수 있었나'에서 국내 기업의 구조조정 성공요인을 이같이 분석했다.

"5년 동안 은행이 33개에서 18개로 줄고 현대.대우.기아 등 굴지의 기업들이 정리되거나 분해됐다. 최근 2~3년간 한국의 개혁 모델을 보러 오는 일본인이 줄을 잇고 있지만 이런 결과만 보고 갈 게 아니라 체질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봐야 한다."

한국의 개혁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게 아니라 정부가 이끌고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체계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한국 대기업은 인사쇄신을 통해 소생했다"고 말할 정도로 구조조정의 성공요인을 인사 쇄신에서 찾았다.

"삼성전자의 경우 외환위기가 닥치자 30%를 감원했는데, 이것은 새로운 출발의 시작에 불과했다. 능력주의 인사제도를 도입해 유능한 전문인력을 받아들이고 성과급을 도입한 것도 기업의 체질을 바꾼 요인이 됐다. 국민은행에서는 30대 여성 지점장이 나왔다."

그는 이처럼 한국의 구조조정은 젊고 개혁성이 있는 40~50대가 금융과 기업에 수혈되면서 가능했다고 진단하면서 일본에서는 실패한 경영진이 그대로 남아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더 본질적인 대기업의 개혁요인은 핵심산업에 대한 집중투자와 기술개발에 있었음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등 첨단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었고 다른 기업들도 이동통신.철강.조선.자동차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이렇게 작은 나라에서 모든 핵심분야를 갖춘 것은 구조조정의 결실이다."

다마키 지사장은 "개혁에는 반드시 후유증이 있기 마련이지만 개혁을 하지 않았으면 더 심각한 문제들에 부닥쳤을 것"이라며"앞으로의 개혁 과제는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더욱 투명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호 경제연구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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