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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대좌했지만 산너머 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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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소 두 나라가 3년만에 전략 핵무기감축협상 테이블에 대좌했다. 인류의 멸망을 초래할지도 모를 핵무기는 두 초강대국이 긴 세월동안 이 문제에 대한 협상을 중단함으로써 경쟁적으로 개발돼 온 터여서 대화를 재개했다는 사실자체만으로도 큰 의의를 지니고 있다. 전략 무기감축협상(START) 은 지난달 30일부터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으며 미소는 79년6월 2단계 전략무기제한협상 (SALTⅡ) 체결이후 대화를 중단했다.
START(Strategic Arms Reduction Talks)는 SALT의 후신격으로 SALT가 전략핵무기의 숫자를「제한」함으로써 그 이상의 확산을 막자는 소극적인 접근방법이었던데 비해 START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전략핵의 일부마저 줄여보자는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감축」의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다.
8l년 말까지 핵 운반체를 미소가 각각 2천2백50개로 제한하기로 했던 79년의 SALTⅡ는 미상원에서 비준이 보류되고 있어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에 놓여있다.
SALTⅡ가 도중하차된 이유는 자체의 취약점 때문이었는데 바로 양만 제한했지 질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고 약속이행을 어떻게 감시하느냐는 문제를 합의하지 앉았다는 것이다.
사실 운반수단의 양의 제한만으로는 급속도로 발전하는 군사과학기술을 생각할 때 실질적인 군축의 효과를 바라기는 어렵다.
또 SALTⅡ 체결당시 소련은 모두 2천5백63개의 운반수단을 보유하고 있어 3백13개를 폐기처 분 시켜야 됐는데 이것을 어떻게 확인하느냐는 데에 이르러 미의회는 고개를 갸우뚱했던 것이다. 「레이건」 행정부는 출범이후 SALT Ⅱ가 소련의 핵우위를 용인하는 것이라고 주장, 새로운 핵군축의 필요성을 들고 나왔다.
이러한 배경에서「레이건」대통령은 작년 10월초 START를 제의했고 지난 5월9일 모교인 유레카대의 졸업식에서 ①미소가 보유하고있는 탄도미사일의 핵탄두 3분의1 감축 ②ICBM(대륙간탄도 미사일)의 핵탄두를 전체핵탄두의 절반 이하로 제한 ③탄도미사일의 투사중량(탄두운반능력)을 현 미국수준이하로 제한하자는 내용을 제시했다.
이 같은 내용은 실질적으로 핵무기를 줄여보자는 것과 함께 SALT가 안고있던 취약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START가 제네바에서 개시됨으로써 제네바에서는 2개의 미소간 핵무기군축협상이 벌어지게 되는데 다른 하나는 바로 작년 11월30일 시작된 이래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전투지역핵무기 (TNF)제한협상이다. TNF제한협상이 사정거리 1천6백∼4천㎞의 유럽배치중거리미사일 (전투지역핵무기)을 협상대상으로 하는 데 비해 START는 전략무기인 사정거리 6천4백㎞ 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 장거리전략폭격기 등이 협상의 대상이된다.
TNF 제한협상은 SALT내지는 START의 전략무기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전략적 위력을 발휘할수 있는 핵무기를 대상으로 하는 데 전투지역 핵무기의 범위를 어떻게 점하느냐는 이른바 개념규정문제에 부닥쳐 처음부터 교착상태에 빠져 버렸다.
결국 START와 TNF제한협상은 서로 연계되고 보완되어 전체적인 핵무기 군축의 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새로운 START의 출발신호가 울리긴 했지만 모든 군축협상이 그랬듯이 성공하기까지에는 많은 난관을 헤쳐나가야 하고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우선 서로의 신뢰성이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될 것 같다. 「레이건」대통령이나 「브레즈네프」서기장이나 서로 상대편의 제의를 핵우위에 서려는 저의에서 나온 것이라고 비난했던 지금까지의 핵논쟁에서 볼 수 있었듯이 서로 양보하지 않고 상대편을 믿지 않으려는 태도는 가장 큰 장애요소가 될 것이다.
만약 현재 미소간에 차이를 보이고 있는 협상자세에 변화가 없다면 START가 군비축소가 아니라 군비강화를 위한 위장평화수단으로 오랫동안 공전될 가능성이 크다.
미소가 START에 동의하게된 정치적 배경, 즉 미국은 유럽에서의 반핵운동 물결을 무마시켜 내년 말까지로 예정된 5백72기의 퍼싱Ⅱ 및 크루즈미사일 배치를 성공시켜야 되고, 소련은 골치아픈 아프가니스탄사태와 폴란드사태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선 평화이미지를 심어야 한다는정치적 배경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영국의 데일리 익스프레스지가 사설에서 지적했듯이 「레이건」과 「브레즈네프」가 「기적」 을 일으킬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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