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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함께 살다간 「영화계의 산증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석달동안 빙고에 시달리던 원로 영화감독 이규환씨가 4일 상오8시 서울 은평구 갈현동 288의71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78세.
이씨는 그동안 지병인 좌골신경통에 심부전증과 동맥경화증이 겹쳐 병원과 자택에서 요양해왔었다.
『임자 없는 나룻배』로 잘 알려진 이씨는 나운규등과 함께 우리나라 영화를 개척했던 주인공이었다. 이제 이씨의 별세로 초창기 우리나라 영화계의 산중인을 또 한사람 잃게 된 셈이다.
이씨 (아호 성파)는 l904년 경북대구에서 출생했다. 1932년 『임자 없는 나룻배』 (각본·감독)로 데뷔한 이래 『나그네』 『민족의 새벽』 『춘향전』 등 23편의 영화를 연출했으며 75년 『남사당』을 끝으로 영화계에서 은퇴했다.
서울 휘문중학과 대구 계성중학에서 수학했으며 그뒤 일본 신흥키네마촬영소 감독부에서 수업했다.
대한영화협의회부회장· 서울시문화위원· 국립극장운영위원등을 역임했으며 서울시문화상(55년), 경북문화상 (55년), 문공부영화유공자표창 (67년), 예술원상 (67년), 대한민국문화예술상 (79년)등을 수상했으며 예술원회원이기도 했다.
이씨는 단순한 영화감독이라기 보다는 애국지사적 작가, 저항운동의 기수로 영화계에선 평가받았다. 『임자없는 나룻배』는 철교가설로 일터를 잃은 나룻배사공 수삼의 항거를 그린 영화로 일제에 대한 저항이 갚게 뿌리박혀 있다. 해방뒤에는 『똘똘이의 모험』을 연출, 어린이영화의 새 기원을 열기도 했다. 은퇴한 뒤에도 예술원지에 시나리오를 발표하는 등 영화에 대한 애정은 식을 줄 몰랐으며 병석에서도 『요즘의 영화는 작가정신이 부족한 것 같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유족으론 장운경 여사(69)와 외아들 동준씨(36)가 있다. 영결식은 6일 상오11시 영화진흥공사에서 영화인협회장으로 엄수되며 장지는 경기도용인 용인공원묘원이다. 연락처 (386)3784와 영협(723)163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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