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문告示 언론규제 서곡 안돼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상정한 신문고시 개정안이 2일 규제개혁위원회 본회의에서 의결됨으로써 신문시장의 불공정거래행위 규제가 신문협회에서 정부로 넘어갔다. 더욱이 의결안은 당초 규개위 경제1분과의 수정안이었던 신문협회의 자동개입.처리권에 대한 단서조항을 제외함으로써 모든 판단을 공정위의 손에 맡기고 있다.

우리는 이미 신문협회가 성명서에서 밝혔듯 신문고시 집행에 있어 '사업자 단체의 우선권'에 대한 논란의 빌미를 제공한 상당 부분의 책임이 신문업계에 있다고 본다. 뉴미디어 시대를 맞아 신문시장을 둘러싸고 가파르게 전개된 경쟁이 빚은 결과였다고 하더라도 진실과 자유를 가장 큰 가치로 삼고 있는 신문업계가 스스로 행동의 근간인 '자율'을 가꿔가지 못했다는 것은 심히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런 틈새를 벌려 정부가 신문업계 규제에 직접 나서는 것은 더욱 위험한 일이다. 채찍을 손에 쥔 정부로서는 통상 신문시장의 공정한 경쟁 촉구보다 언론 길들이기의 유혹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신문관은 "공정거래법상 신문만 근거없이 예외적 특권을 누리고 있다"(MBC 백분토론) 거나 "언론에서 억울한 비판을 많이 한다""권력과 언론이 강자 카르텔을 형성하지 않도록 절제하라"(차관급 공직자 워크숍)는 등 적대적 인식에 뿌리내리고 있어 더욱 그 위험성이 높다. 우리는 이번 정부의 신문시장 개입이 언론 규제의 서곡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아울러 만의 하나 신문고시의 집행이 악용될 경우 이에 분연히 맞서 싸울 것을 천명한다.

이제 신문업계는 신문협회를 중심으로 일치단결해 정부가 개입할 여지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일부 혼탁한 모습을 보였던 회원사들을 새 집행부가 앞장서서 활발하게 자율정화로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공정위도 '빈대 한 마리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도록 신문협회와 보조를 맞추어 신문고시를 집행해 나가는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