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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친구] 여민교회 박수현 목사·원불교 이명신 교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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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 여민교회 박수현 목사(왼쪽)·원불교 이명신 교무(오른쪽)

얼굴만 보아도 반가운 두 사람, 여민교회 박수현 목사와 원불교 이명신 교무. 이승의 만남을 한 사람은 전생의 인연이라 풀고, 또 한 사람은 둘이 천국에서 만날 사이라 한다. 이 교무는 원불교 여성대표로, 박목사는 기독교 여성대표로 한국종교인평화회의 (KCRP)에서 머리를 맞대고 있으니 찰떡같다. KCRP는 1965년 강원룡 목사를 주축으로 크리스찬아카데미에서 불교·개신교·가톨릭·원불교·유교·천도교 등 6대 종교 지도자들이 처음 모인 것에 뿌리를 둔 '종교 화합'의 단체. 둘 사이를 맺어준 '멍석'으로 딱 좋은 셈이다.

원불교의 성지인 전남 영광에서 태어난 이명신 교무는 광주의 가톨릭학교인 살레지오 여학교 출신. 교사 수녀로부터 수녀가 되라는 권고를 받았지만 이미 출가해 교무가 된 언니를 따라 원불교 출가를 결심했다. 그는 기독교에서 원불교 가르침을 읽어낸다.

"역사 속의 모든 성인, 선지자가 모두 하나였고 가르침엔 경계가 없습니다. 원불교를 상징하는 동그라미 원(일원상)은 2000년 전 예수의 말씀을 우리의 소태산 대종사께서 다시 한 번 풀어낸 것이지요."

그에 따르면 우리 시대는 물질이 개벽된 시대. 따라서 이제는 정신을 개벽할 때이다.'진리는 하나, 인류는 한 가족, 세상은 한 일터, 개척하자 하나의 세계'라는 가르침을 따라 천지.부모.동포.법률의 네 가지 은혜에 감사하면 거기가 극락이라는 얘기다.

박수현 목사는 기독교장로회 소속으로 한신대를 졸업하고 90년 안수를 받았다. 92년 여민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한 뒤 결혼해 두 아이를 둔 어머니다. 그는 유난히 원불교와 인연이 깊다. 군산여고 시절 급우를 통해 원불교를 만났고 첫 목회지가 원불교 중앙총부가 자리한 익산 근교였다. 그런 까닭인지 스스로 "부처님 딸이자 하나님의 딸"이라고 한다.

"개척 교회가 어려울 때 주위의 불교신자들에게서 도움을 크게 받았어요. 이웃 사랑을 깊이 느끼게 해 주더군요. 그것이 저로 하여금 종교의 틀을 없애 주었지요."

두 사람은 원불교 교전과 성경의 말씀을 골라 맞대어 유사점을 찾고 표현방법만 다른 같은 가르침을 찾는다. 서로에게 완전히 매료되어 개인끼리는 사랑, 가정끼리는 친목, 사회끼리는 상통, 국가끼리는 평화라는 한 지점을 향해 한 배를 탔다.

평화를 위해 일하는 모든 이를 위한 기도로 끝을 맺는 이런 자리에서 조용한 울림으로 퍼지는 평화를 만난다.

<김나미.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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