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율수행 대법회' 여는 동화사 지성 주지스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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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 8월 6일부터 2개월간 계율을 주제로 총 10차례의 대중법회를 대구 동화사에서 여는 지성 스님. 양영석 인턴기자

"수행자가 지켜야 할 기본이고, 수행공동체가 요구하는 으뜸 덕목인 계율이란 불교 개혁이 거론될 때마다 빠짐없이 언급됩니다. 유비쿼터스의 이 시대에 계율을 놓고 마라톤 토론회를 여는 것은 그런 인식 때문입니다."

8월부터 2개월 동안 불교동네의 이목은 경북 대구 동화사에 쏠릴 것 같다. 8월 6일부터 매주 토요일 '계율수행 대법회'란 이름으로 토론회 10차례가 이 곳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법회 때마다 수 천명 불자들이 몰리는 '야단법석'의 멍석을 마련한 이는 동화사 지성(64) 주지 스님. 그는 계율.선정.지혜의 계정혜(契定慧) 3학(學)이 불교근본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중법회는 동화사.현대불교신문 공동주최인데, 계율을 주제로 법회는 근대불교 사상 이번이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고백하지만 그만큼 한국불교가 계율에 소홀하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습니다. 비유컨대 계율이란 그릇입니다. 그릇에 금이 가면 수행이라는 맑은 물이 채 고이지 못합니다."

-한국불교 율사(律師)스님들이 총출동하는 것도 장관입니다.

"해인총림의 율주인 종진 스님, 지운 스님의 율맥(律脈)을 이은 지관스님 등 수 십 분이 나옵니다. 매 법회마다 스님 한 분, 재가 불자 한 분이 치열한 논찬(토론)을 벌이도록 판을 짰습니다. 법문 한 뒤 내려오지 않고, 쌍방향 토론를 유도한 것이지요."

-이런 판을 조직하는 것 자체가 여간 일이 아닐 듯 보이는데….

"지난 해 '선을 말하는' 자리인 담선법회를 마련했을 때와 똑같은 스님들의 반응에 고전했습니다. '문자와 논리가 끊어진 자리가 바로 선(禪)인데, 어떻게 선을 논리적으로 말하는가?'라는 시큰둥한 반응이죠. 저는 '시대가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한다'고 졸랐습니다."

-자, 이번의 주제가 계율입니다. 아무래도 스님들끼리의 문제 아닐까요? 대중들에게 주는 의미도 약하고요.

"아닙니다. 훨씬 더 포괄적이고 논쟁적인 주제입니다. 계율은 더 이상 산중의 몫이 아니지요. 전쟁.테러에 생명윤리.환경훼손 등으로 혼탁해진 이 세상이 참된 계율에 목말라합니다. 이번 법회는 그걸 확인하는 의미있는 공론장(公論場)입니다."

-사실 이런 야단법석이란 총무원 차원의 몫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은 제가 바보라서 이런 일을 즐깁니다. 동화사는 직선제로 주지를 뽑는데, 2002년 당선 뒤에 '고뇌하는 주지'가 되자고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그런 연고로 우리 시대가 목말라하는 테마를 잡아 매년 불사를 벌이고 있지요. "

-첫 불사가 큰 스님 100분을 초청한 100일 특별법회이었던가요?

"그렇습니다. 이듬 해에는 화엄경을 놓고 치고받는 논강을 벌였습니다. 지난 해에는 담선법회를 치렀구요. 그런 야단법석 불사를 치루면서 열기와 진지함이 살아나고 있고, 때문에 2500년 전 부처님 생전의 법회를 방불케 한다는 격려를 받을 때 부쩍 힘이 납니다"

지성 스님은 "요즘에는 법문을 놓고 스승과 제자가 벌이는 불꽃 튀기는 싸움이자 공부였던 '법거량'이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또 큰 선원에서 수행하던 스님들이 지대방(선원의 사랑방)에서 쉬면서 자유토론을 벌이던 전통도 희미해졌다"고 아쉬워했다. 이번 대중법회야말로 법거량이자 사랑방 토론자리이라는 것이다. 지성스님은 1959년 동화사에서 혜진 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받았다.

조우석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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