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보통 미국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일본을 고깝게 생각하는 미국사람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 80년을 분기점으로 하여 미국인의 반일감정은 더욱 악화되기 시작했는대 특히 올해에 들어서는 대일반발의 정도가「모리따·아끼오」소니회장이 지적한 것처럼 『2차 세계대전 전야의 수준』에 이르렸다. 최근 미 연방수사국 (FBI)이 적발한 컴퓨터 스파이사건도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미국인들의 뿌리깊은 반일감정을 드러낸 것이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갤럽」과 일본의 NHK방송은 지난4월초 워싱턴의 친일로비단체 포토맥 어소시에이츠의 의뢰로 미국민의 대일관을 조사했다. 그 결과 아직도 일본에 호의적인 미국인은 63%, 일본에 적대감을 가지고있는 미 국민은 29%로 나타났다. 10년전인 지난72년에 실시됐던 비슷한 조사에서는 72% 대 17%였고, 80년 조사로는 미 국민의 84%가 일본을 좋게 생각했었고 12%만이 일본에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최근 2년사이에 반일감정을 가진 미국인이 2배이상 늘어난 셈이다. 아직까지는 미 국민의 다수가 일본에 호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으나, 문제는 반일미국인이 미국 전역에서 골고루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중서부의 공업지대와 동부의 무역중심지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남부농업지역에서도 반일감정은 드높아지고 있다.
일본이 수출한 소형차의 홍수로 25만명 이상이 실직한 자동차업계에서 대일반감이 가장 드세다. 미국내 자동차시장의 23%를 갉아먹은 일제자동차는 미국자동차 3대 메이커의 하나인 크라이슬러회사를 도산으로 몰아넣으며 실업사태를 몰고 왔다.
디트로이트의 자동차노조 (UAW) 본부건물에는 『당신의 수입자동차를 동경시내에 주차시켜라』 (Park Your Import in Tokyo)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작년 가을 밀워키의 한 공장에서는 일본측의 무분별한 수출과 미국정부의 미지근한 수입규제 조치에 반발한 노동자들이 일장기롤 찢어 불태우는 사태까지 빚었다.
농업지대의 농민들도 일본산 쇠고기와 각종 농산품이 수입되고 있는데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에 지중해 과일파리의 창궐로 귤 농사를 망친 캘리포니아주 과일생산 농가에서도 일본산 과실의 수입으로 더 큰 손해를 보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실리콘 계곡에서는 오래전부터 일본인들이 최신 첨단기술을 도둑질하고 있다고 경계해왔다.
미국사람들이 일본을 경계하고 한 걸음 나아가 적개심까지 드러내 보이게된 직접적인 이유는 양국간의 무역불균형과 미국의 경제침체, 실업률 증가, 생산성 둔화등 경제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표면적인 이유의 배경에는 미국사람들의 자존심이 여지없이 짓밟혔다는 분노가 숨겨져 있다.
미국은 일본과의 무역에서 해마다 1백60억달러 정도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사람들은 진주만 사건으로 일본의 힘에 놀란 것도 사실이지만, 패전일본의 대부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일본에서 구식 자유민주주의를 이식한 것도 미국이고, 오늘의 경제대국이 될 수 있도록 뒤를 봐준 것도 미국이었다. 한때 미국에서는 『메이드인 저팬』이라면 싸구려 상품의 대명사로 통했다. 일제는 미제를 흉내낸데 지나지 않아 어린이들도 일제 장난감을 갖지 않으려 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사정은 어느 사이에 달라졌다.
일본은 서구와 함께 미국의 3각 파트너의 하나로 완전히 대등한 관계로 올라셨고, 미국시장을 휩쓸고 있는 일본상품은 최고급품으로 대접을 받고있다.
지난3월 민주당의 한 집회에서 「존·딤겐」 하원의원 (미시간주)은 일본의 대미 무역 불균형을 규탄하던 끝에 일본인들을 『황색왜인』 (Little yellow people)이라고 의도적으로 경멸했다.
이른바「황화론」을 일깨 우려한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일본인에 대한 인종차별의 기미는 이미 일본인 집단거주지역에서 문제가 되고있다.
뉴저지주 포트리의 어느 아파트에서는 『생선 굽는 냄새가 역겨우니 삼가달라』는 경고장이 나붙은 경우도 있었다. <김재혁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