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만 봐선 어느 학교인지 구별 안돼|신문에 났다고 처벌한 것은 과잉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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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철찬(중앙대 사진학과 교수)=신문에 난 그 작품을 보았을 때 센스있게 청소년 탈선현장을 포착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이 작품이 학교와 명예를 손상시켰다고 하여 작품을 제출한 학생을 징계했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다.
우선 사진속에 나오는 학생들이 어느 학교 소속인지 거의 분간할 수 없게 기술적으로 사진처리를 했는데 학교의 명예가 손상됐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과잉반응이다.
뉴스사진이 하나의 창작활동의 소산이라는 점에서 사진의 고발성과 작품활동의 영역을 침해하는 비예술적 처사다.
▲이운주(서울경복고 생활지도주임)=사진속 고교생의 눈이 가려져있고 인화상태도 선명치 못한 점으로 미뤄 응모자가 사진을 통해 특정학교와 학생을 공개, 사회에 고발하려 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학교측으로서는 응모한 학생이 학교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의도가 아닌 예술창작활동의 하나로 작품을 공개한 점을 감안, 처벌을 재고했어야 했다. 또 그 사진이 공개됨으로써 자신의 얼굴이 찍힌 학생들도 심리적인 부담을 안게 되었을 텐데도 학교측이 굳이 이들을 색출해 처벌한 것도 교육적인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김동환(변호사)=이 사진이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하여 응모한 학생을 징계한 것은 요즈음 청소년지도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실감케 하고있다.
학생이 응모한 의도는 나름대로 여러 가지의 평가를 받을 것이다.
친구들의 탈선행위를 학교당국에 알려 해결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순서인데 굳이 신문을 통해 동료를 고발, 학교의 명예를 떨어뜨린 것은 문제가 있으며 징계를 한 것은 학교 나름대로의 오랜 고민 끝에 나온 처사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특정개인을 고발하려는 측면보다 주변모습을 통해 사회현상을 고발하려는 작품의도를 살려주었으면 한다.
소속학교와 동료학생의 입장, 그리고 고발사진의 순수한 의도가 조화되는 방향에서 이 문제가 해결되었으면 한다.
▲박현정씨(39·학부모·서울 면목동185의129)=그 사진을 보았을 때 요즘 두발자유화 등으로 증가추세에 있는 학생들의 탈선에 경종을 울려주는 작품이라고 느꼈다.
또 그 작품을 제출했던 응모자가 학생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으며 그 사진속의 학생이 어느 학교소속인지 전혀 알 수도 없었다.
그 사진은 특정학교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촬영했다는 분위기를 전혀 풍기지 않고 있는데 학교측에서 학교의 명예를 떨어뜨렸다고 하여 학생을 처벌한 것은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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