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철씨의 소설 『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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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 달의 소설 중에는 이호철씨의 『덫』(문예중앙 여름호), 문순태씨의 『유월제』(현대문학)·이동하씨의『장난감도시』(작품집), 최시한씨의 『낙타의 겨울』(우리세대의 문학① 「새로운 만남을 위하여」중)등이 평론가들에 의해 주목받았다.
이호철씨의 『덫』은 변호사로 일하는 한 전직판사의 집에 「사」자가 쓰인 종이가 발견되는데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작품은 사회제도가 그 구성원인 인간들에게 가하는 제재가(여기서는 법의 판결) 인간본연의 양식에 얼마나 입각할 수 있는가 하는 오래된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면서 그러한 사회의 제재에 의해 소외되고 잊혀진 가운데 살아가는 또는 죽어가는 사람들에 대해 시선이 주어져야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씨는 이 소설에서 나타나는 것과 같은 돌발사고에 지식인들이 당황하며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지식인의 자기반성과 도덕성의 회복을 말한다. 그러나 이씨는 이같은 내용을 종래의 소설에서(직선적으로 말해왔던)와는 달리 변호사가족·파출소직원·수상한 사나이들이라는 3가지 구성요소를 이용하여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이 소절은 또 템포가 빨라졌다는 점에서도 이씨 작품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문순태씨의 『유월제』는 문씨가 주로 다루는 6·25이야기의 하나다. 혼란기에 가족이 학살당한 한 소녀가 국군의 진주 뒤에 보복을 하게되는데 그 소녀가 보복으로 죽게 한 사람이 사실은 가족을 죽게 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고 고향을 떠난 후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게 된다. 소녀는 성인으로 성장하면서 불구인 한 아이를 보살핌으로써 죄를 씻으려 한다. 6·25가 빚은 비극을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속죄하고 모두가 화해해야한다는 문씨의 목소리가 담겼다.
이동하씨의 『장난감도시』는 6·25이후 전후의 사회적 혼란기에 가난하게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장난감도시」 「굶주린 혼」 「유다의 시간」등 3부작으로 꾸몄다.
50년대와 60년대를 살아온 딴 소설의 주인공들의 생활과 비슷하게 그려져 있지만 이씨의 주인공들(구두닦이·민며느리)은 인간의 따뜻함을 지니고 현실에 대해 밝은 의식을 지녔다는 것이 다르다. 이씨 특유의 문장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한다.
최시한씨의 『낙타의 겨울』은 젊은 작가로서의 가능성이 평론가들에 의해 주목받은 작품이다. 무력감에 싸인 주인공의 고뇌의 원천이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해주게 한다. 의식의 흐름이라는 수법이 쓰인 것도 눈에 띈다.

<도움말 주신 분="김윤식·김치수·권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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