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컴퓨터 제4세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메가」에서「기가」로」, 기가 에서「테라」로-l. 무슨 암호일까. 사전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다.
바로 오늘의 컴퓨터 문명을 숫자로 얘기할 때 쓰이는 단위. 「메가」는 수소폭탄의 등장과 함께 흔히 들어온 백만 단위.
그러나「백만」의 시대는 벌써 지났다. 그의 천 배나 되는 기가(gigaa-), 다시 기가의 천 배인 테라 (tera-) 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쏜살같다』는 말은 원시인들이 활을 쏘던 시절에나 맞는 수식어가 되어버렸다. 우리는 이제 빛살 같은 시대에 산다. 「감」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추상의 시대라고나 할까. 그러나 환상 아닌 현실.
컴퓨터의 중추를 이루는 반도체의 기억장치 수용능력이 머지않아 「기가」로, 다시 「테라」로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머지않아』는 문자 그대로 머지 않은 80년대를 두고 하는 말.
근년 미국과 일본은 「25만6천」의 단위를 놓고 싸우고 있었다. 문제의 2백56K비트 초LSI 개발. 미국의 반도체 업계는 여기서 한발 뒤졌다고 그 동안 비명(?) 을 질렀었다.
그러나 미국의 일각에선 그까짓 천만단위의 싸움보다는 「메가」,다시 「기가」와 「테라」를 위해 밀실의 밀실 속에서 연구에 몰두해있었다. 문제의 IBM사가 바로 그 파일러트 기업.
이른바 제4세대 컴퓨터의 개발. 로봇으로 치면 손(수)의 뼈대만 갖추는 것이 아니라 피부 (감각)도 갖고, 발(족)의 기능까지도 갖는 경우다.
아직은 촉각(촉각)을 갖는 로보트에 눈(시각)을 달고, 여기에 다시 귀 (청각)를 붙이는 기술의 개발단계. 따라서 이 3세대 컴퓨터가 완성되면 용접이나 칠(도장)을 하던 기능에서 조립, 포장, 보험의 작업까지도 맡길 수 있게 된다.
미국의 컴퓨터업계는 이 단계를 뛰어 넘어 검사와 수리의 일까지 떠맡길 수 있는 로보트를 만드는 일에 착수한 것이다. 그것은 역시 LSl에 『베리』라는 수식어가 붙은 VLSI 개발에서 시작된다.
이를테면 일본은 컴퓨터의 세대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스파이전을 벌인 셈이다.
컴퓨터문명은 4세대가 문제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자주 로봇, 해저작업 로보트가 등장하는 5세대, 여기서 다시 추리와 연상의 능력까지 갖는 6세대 컴퓨터도 생각하고있다.
이것은 먼 훗날의 공상이 아니다. 향후 10년 안에 이루어질 일이다. 아니, 우리 세대도 그런 세상을 구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의 나라 기술싸움을 구경이나 하고 있는 한, 우리는 「구경꾼」의 신세를 면할 길이 없다. 부끄러워도 좋으니 우리 나라 사람이 남의 나라 기술을 훔치려했었다는 얘기나 들어보아도 기분이 언짢을 것 같지는 않다. 우리 민족의 「억척」정신은 다 어디로 갔는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