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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를 모르는 세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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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25 동란이 일어 난지 32년이 됐다. 북한의 무력적화통일 야욕에서 비롯된 동족상잔의 전쟁은 3년 동안 남북한 전 국토를 거의 초토화했으며 우리 민족은 개국이래 미음유의 비극을 당했고 지금도 그 비극은 계속되고 있다.
6·25동란의 가장 큰 교훈은「제 2의 6·25」가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다. 6·25를 목격한 세대는 이 교훈을 체험적으로 알고 있으나.6·25이후에 태어난 세대는 관념적으로 알뿐이다. 6·25당시 유아였거나 6·25 이후에 출생한 34세 이하의 인구는 지금 전국적으로 2천6백 만 명이나 된다. 실로 총인구 3천8백만의 70%이상이 6·25를 잘 알지 못한다는 얘기가 된다.
따라서 이들에게 6·25 동란의 의미와 당시의 비극을 일깨워주고 앞으로 우리가 지향할 바를 가르쳐 주는 것이 바로「제2의 6·25」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심어주는 길이다.
우선 6·25를 목격한 세대의 체험담은 지극히 풍부하다.
전쟁이 수반하는 온갖 파멸적 상황에다 동족끼리, 이웃끼리, 가족끼리 싸우고 죽인 처참한 기억은 우리민족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남을 것이다.
전후에 우리가 이룩한 부흥과 안락 때문에 굳이 그날을 되새길 필요가 있는가에 의문을 표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6·25 전야에도 우리의 방심과 안이한 판단 때문에 화를 당하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과거의 쓰라린 기억에 얽매일 필요는 없으나 적어도 경각심만은 잃지 말자는 뜻이다.
요즘 논의되는 이데올로기교육도 북한을 좀더 아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북한의 실상은 김일성 유일 사상이 지배하는 독재체제이며 순수한 의미의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를 채택한 것은 아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주체성도 표면은 민족주체를 의미하는 것 같으나 내용은 김일성 주체를 뜻한다.
오늘의 북한의 실상을 바로 아는 것이 곧 6·25 전야와 똑같은 상황이 이 땅에 상존 하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성숙한 통일 관을 심어주는 일은 바로 미래를 향한 우리의 좌표가 될 것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고려연방제의 허구성은 이미 낱낱이 지적됐다. 또 우리가 주장하는 남북대화를 통한 점진적 통일방안이 그들의 거부에 부닥쳐 진전이 없는 것도 익히 아는 사실이다.
통일문제에 관한 한 약관도 비관도 금물이다. 통일은 꼭 이루어져야 한다는 신념을 먼 장래의 어느 시점에 실어놓고 지금 우리가 그 길을 향해 가고 있는지 부단한 중간 점검이 필요하다. 북한이 무력통일을 바라지 않는다면 그들은 언젠가 대화의 장소로 나올 것이고 그때까지 우리의 지혜와 역량을 기르는 것이 새 세대의 사명이다.
통일은 민족의 힘과 의지로 이룩되는 것이나 열강의 힘이 교차하는 한반도의 특수성 때문에 국제정세의 변동을 예의 주진 하는 일도 중요하다.
최근 전 대통령은 정당 영수와의 요담에서『앞으로 5년 내에 통일문제와 관련한 어떤 실마리가 풀릴 것 같다』는 소견을 피력한 바 있다. 어떤 근거에서 어떤 종류의 실마리가 풀릴 것인지 아직은 불분명하나 확실한 것은 통일의 주역은 우리민족이며 이는 곧 6·25를 모르는 세대가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들 새 세대의 책임은 이런 점에서도 막중하다 하겠다.
6·25동란의 직접적인 동기는 국력의 자리에서 비롯된 점도 똑바로 알아야한다. 국력은 나라의 크기, 경제력, 군사력의 총화다. 광공업이 발달한 북한은 해방직후부터 소련의 원조로 착실히 군사력을 강화한 반면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 그 결과 전 국토가 적화 일보직전까지 간 비극을 겪게 됐다.
오늘날 우리의 노력으로 남북간의 힘의 격차는 비교도 안되나 북한체제의 획일적 조직력은 어느 때고 도발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됐다.
결국 우리는 유형국력을 충실히 다지면서 나라를 지키겠다는 국가전략과 이를 지원하는 국민의지를 굳건히 해야한다. 이것은 바로 무형국력이며 국력의 요소에는 이 같은 정신적 요인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6·25를 모르는 세대의 사명은 이처럼 민족사적으로 엄숙한 것인 만큼 일상 생활 속에 이 같은 사명과 교훈을 체질화시켜 전진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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