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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볼 골키퍼서 프로골퍼 도전 조윤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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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 조윤주가 의정부 오션 골프연습장에서 핸드볼 공을 드라이버로 치는 포즈를 취했다. 성호준 기자

골퍼 중에는 다른 운동을 하다가 뒤늦게 골프로 종목을 바꾼 '늦깎이'가 많다. 조윤주(31)는 핸드볼 골키퍼에서 골퍼로 변신한 케이스다. 18일 경기도 가평의 선힐 골프장에서 벌어진 제니아투어(KLPGA 2부 투어) 3차전 1라운드 선두였던 조윤주는 박세리가 맨발의 투혼으로 US오픈에서 우승했던 1998년까지도 골프채를 잡아 본 적이 없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핸드볼을 시작해 주니어 국가대표 골키퍼를 지냈고, KCC에서 99년까지 선수생활을 했다.

큰 키 때문에 핸드볼 팀에 발탁됐으나 결국은 키가 발목을 잡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1m65cm였지만 지금도 1m68cm다. 골키퍼로서는 작았다. KCC에서 3년간 주전으로 뛰었으나 팀에서 키 큰 선수를 데려온 후 벤치 신세가 됐다. "다른 팀에 가면 충분히 주전자리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팀을 옮기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길을 막았다. 정 회장은 악바리처럼 점프하며 슛을 막아내던 조윤주의 열광적인 팬이었다. "국가대표로 키워주겠다고 했는데 다른 팀으로 보내는 건 약속을 어기는 게 된다. 계열사인 금강 골프장에 취업시켜줄 테니 골프를 해보는 게 어떠냐."

다른 운동 선수가 골프로 전향해 성공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쇼트트랙 스타 전이경과 미국의 홈런타자 마크 맥과이어는 결국 실패했다. 조윤주는 그런 것도 몰랐다고 한다. "1년 안에 세미프로에 합격해야 한다는 정 회장님의 말씀에 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 무작정 연습했어요." 결국 1년 만에 세미프로가 됐고, 현재 의정부 오션 골프연습장에서 하루 12시간씩 레슨을 하면서 틈틈이 연습해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올해 KLPGA 정식 프로가 돼 KCC 로고가 박힌 모자를 쓰고 우승하는 것이 꿈"이라고 그는 말한다.

가능성은 크다. 클럽 퍼팅을 해준 MFS 전재홍 사장은 "스윙 헤드스피드가 100마일(160㎞) 정도다. 웬만한 남자 아마추어(85마일 정도)보다 빠르다. 역도 선수 출신의 늦깎이 골퍼 최경주(나이키골프)가 그랬듯 퍼팅을 향상시키면 대성할 선수"라고 말했다.

KLPGA에는 핸드볼 출신 선수가 또 있다. 권선아(34.김영주골프)는 고등학교 때까지, 송금지(35)는 대학 때까지 핸드볼을 했다. 권선아는 "핸드볼 출신 골퍼가 왜 성공하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의지와 인내력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의정부=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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