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이번엔 '황소' 체질 굳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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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주식 시장이 좀처럼 상승의 고삐를 놓지 않고 있다. 급하게 서두르지는 않지만 앞만 보고 가는 전형적인 황소 걸음 장세다. 20일에는 3일 만에 종합주가지수가 떨어졌지만 하락 폭은 1.08포인트로 미미했다. 지금같은 움직임이라면 '1000 안착'은 물론, 1994년 11월 8일 기록한 사상 최고점(1138.75)돌파도 생각보다 빨리 올 것이란 낙관론이 우세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증시를 80년대 초 폭발적 도약을 앞뒀던 미국 증시와 비교하기도 한다.

◆ 장기 투자처로 자리잡나=주가는 두달새 19% 가량 급등했다. 이곳저곳에서 과열을 우려하는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그래도 큰 흔들림 없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중순 1000포인트를 회복한 뒤에는 외국인들이 적극 매수에 나서고 있는 점이 주목거리다. 지수가 1000포인트만 되면 차익 실현을 노린 매물이 쏟아져 다시 1000밑으로 곤두박질했던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

동양종금증권 김규형 연구위원은 "시장이 전과는 달리 외부 충격을 잘 견디고 있다"며 "안정성도 높아지면서 과거 시세차익을 노린 단기 거래 에서 벗어나 장기 투자 시장으로 바뀌는 모습이 뚜렷하다"고 진단했다.

국내 증시의 가장 고질적 문제로 지목돼 온 '주가 널뛰기 현상'도 크게 완화됐다. 97년 평균 2.21%였던 일별 지수변동성은 2000년(2.86%)을 정점으로 계속 낮아지더니 올들어 지난 19일엔 0.98%까지 줄었다. 그만큼 하루 주가의 출렁거림이 줄었다는 뜻이다.

◆ 80년대 미국판 재연될까=64년 이후 5차례나 주가상승 때마다 고비를 넘지못했던 다우지수는 82년 급반등에 성공한 뒤 네 자릿수 주가시대에 안착했다. 당시 미국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끝낸 뒤 인수합병 붐이 일었다. 경제성장률은 떨어지고, 대대적인 세금 감면 정책과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이 이뤄졌다. 여기에 퇴직 연금제 도입 등 장기투자 환경이 크게 좋아지면서 주가 급등이 일어났다. 굿모닝신한증권의 박효진 연구위원은 "우리 증시의 상황이 80년대 초 미국과 흡사하다"며 "미국식 장기 활황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 단기 조정도 염두에 둬야= 그러나 단기간에 급히 오른만큼 언제라도 '상승 피로감'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2003년 3월과 비교하면 주가는 100% 넘게 올랐다. 올 들어서만도 20% 이상 급등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연구위원은 "멀리보면 주식 수익률은 꾸준히 올라가겠지만 이전 같은 급등은 어려울 것"이라며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재용 기자.박수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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