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프리카의 한국 |전 대통령 방문계기로 보면 박상식 <외교 안보원 연구실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제2차 세계대전 전까지 아프리카대륙은 암흑의 구름 속에 싸여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암흑의 구름이 차차 거치기 시작하였고, 60년부터는 아프리카 대륙은 국제 무대에서 중요한 세력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프리카는 3가지 면에서 세계와 한국에 중요하다.
첫째, 아프리카는 제3세계와 비동맹운동의 주동세력으로서 국제기구, 특히 유엔에서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영향력은 힘에 입각한 것이 아니고 수(주로 투표권)에 입각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능력에는 제한이 있다. 이런 점에서 아프리카가 한국을 국제무대에서 도와줄 수 있는 능력에도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북한이 남침할 경우 아프리카는 군대를 파견하여 한국을 도와줄 수는 없으나 유엔이 군대를 파견하도록 도와줄 수는 있으며, 한국통일문제에 관해 한국의 입장을 지지함으로써 국제여론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둘째, 아프리카는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급속한 공업발전을 필요로 하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선진공업국과 한국에 좋은 원료공급원과 상품시장이 될 수 있다. 아프리카는 특히 중요한 젼략 물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강대국, 특히 미소 양국은 이들 전략물자를 자국이 독점할 수는 없다하더라도 적대 방에게 독점 당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공업이 발전함에 따라 생산재의 수요는 물론, 소비재와 자본 및 기술의 수요도 증가할 것이므로 아프리카의 경제적 중요성은 더욱 증대할 것이다.
셋째, 아프리카는 인류죄악의 묘지로서 그리고 인류양심의 진혼지로서 상징적 중요성을 갖는다. 아프리카 인은 인류의 고난을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심각히 받은 인종이다. 서구 식민지주의는 아프리카 인을 경제적으로 착취하였으며, 그들의 문화를 파괴하였고 그들에게 인종차별을 하였으며, 결과적으로 아프리카 인을「지상에서 가장 저주받은 사람」으로 만들었다.
아프리카 인이 식민지주의와 인종주의로부터 받은 정신적 상흔은 영구히 가시지 않을 것이며, 서구인의 양심을 영구히 괴롭힐 것이다.
전두환 대통령의 아프리카 방문은 위와 같은 맥락에서 그 의의를 찾아야 할 것이다. 첫째로 전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은 한국의 제3세계외교에 있어서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이다. 국가원수가 아프리카를 직접 방문한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이 아프리카 및 제3세계를 얼마나 중시하는가를 증명하는 것이 된다. 아프리카는 제3세계를 대표한다 할 수 있으므로 아프리카를 방문한다는 것은 제3세계전체를 방문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북한이 한국보다 외교적으로 우세한 유일한 지역이 아프리카임을 감안할 때 전 대통령의 순방의 의의는 더욱 크다 하겠다. 북한이 한국보다 외교적으로 우세하게 된 이유는 북한이 대 아프리카외교에 총력을 기울인 때문이기도 하나 아프리카인의 사고방식 자체가 서구 자유주의자들의 사고방식보다는 공산주의자들의 사고방식에서 더 가까웠기 때문이다. 서구자본주의와 인종주의를 경험한 아프리카 인은 인종차별과 경제적 착취를 무엇보다도 혐오한다. 그런데 아프리카 인은 최근까지도 서방국가가 제3세계에서 아직도 경제적 착취와 인종주의를 추구하고 있다고 믿었다.
다만 최근 소련의 침략성을 의심하게 된 후로는 서방국가에 대한 태도도 다소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 방문을 통하여 자주국가로서의 한국을 크게 부각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번 방문 대상 국이 아프리카에서뿐만 아니라 비동맹 권에서도 영향력이 있는 국가들이기 때문에, 미 수교국과의 국교수립을 위해 교량적 역할을 해주도록 요청할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단결기구와 비동맹회의에서 한국지지획득을 위해 한국대신 노력해 주도록 부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로 전 대통령의 방문은 제2의 경제적 도약을 위한 해외시장 확보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70년대에 중동건설진출에 성공하였듯이 80년대에는 아프리카 건설진출에 성공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이번 함으로써 급진적 아프리카지도자들이 갖고 있는 한국경제체제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를 고칠 수 있겠기 때문이다.
세 째로 전 대통령의 아프리카 방문은 아프리카인과 한국인간의 정신적 유대를 강화하는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한국과 아프리카는 다같이 식민지경험을 가지고 있고 경제적으로 후진국이라는 점에서 일체감을 느끼고 있다.
우리는 이 때문에 신식민지주의 경제적 착취, 그리고 인종주의를 아프리카국가 못지 않게 반대하고 있음을 아프리카 인에게 알려야 할 것이다.
아프리카와 한국은 다같이 서양문명으로부터 전통문화를 보호해야 할 공동과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도 공통성을 갖고 있다.
아프리카· 한국간의 문화교류는 이러한 의미에서 적극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은 60년대에는 주로 국제무대에서의 외교적 지지획득을 위해 아프리카에 접근하고, 70년대에는 외교적 지지획득 외에 경제적 진출을 위해서도 아프리카에 접근했는데 80년대에는 이상의 두 목적 외에 문화적 교류를 위해서도 아프리카에 적극 접근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