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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O를 손아귀에 넣은 샤론 이스라엘 국방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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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리엘·샤론」장군, 이스라엘 국방상.
레바논을 침공한 이스라엘 군이 7일만에 팔레스타인 본거지를 완전히 휩쓸자 세계는 그의 대담성과 잔인성에 또 한번 놀랐다.
미리부터 PLO(팔레스타인해방기구) 게릴라 소탕작전을 구상해놓고 있던 그는 런던주재 이스라엘대사가 피살된 것을 구실로 이스라엘 내각을 강력히 설득, 즉각 침공작전을 개시했다.
그는 또 작전개시 며칠 전 단신으로 레바논에 침투, 기독교 민병 대 지도자들에게 자신의 계획을 사전 통첩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탱크를 타고 진두지휘를 맡아 좌파게릴라들이 우글거리는 동 베이루트를 장악, 이번 전쟁을 승리로 장식했다.
6일전쟁의 영웅「다얀」에 이어 「이스라엘의 왕」(멜레크 이스라엘) 으로 불리는 그는 후퇴를 모르는 군인, 겁 없는 강군, 냉혈의 지휘관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28년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태어나 48년 20세의 나이로 독립전쟁에 참가, 요르단에서 부상한 이후 줄곧 전쟁과 인연을 맺어 왔다.
많은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계속 전진만을 의치면서 용감한 사람만이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신봉하는 이스라엘의 애국자』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또 다른 일면이 있어 가는 곳마다 말썽을 일으키곤 한다. 전 육군참모장 「모르데차이·구르」장군은『그가 그의 병력을 그 자신을 위해 이용하고 있으며 자칫 이스라엘의 민주질서마저 위협할지 모른다』고 비난한 적도 있다.
그는 이스라엘의 으뜸가는 과격파이며 고집이 센 인물이다. 그의 군 생활과 정치경력을 보더라도 참을성보다는 행동에 치우친 감이 짙다.
48년 제1차 중동전쟁 직후 당시 「다얀」장군은 아랍 군에 포로가 된 2명의 이스라엘병사를 구하기 위해 2명의 아랍병사를 인질로 잡아오도록「샤론」에게 지시한 일이 있다.
「샤론」은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지프를 타고 적진에 달려가 2명의 요르단 병사를 잡아왔다.
또 53년 3명의 이스라엘 부녀자가 피살된 데 대한 보복행위를 취하라는 지시를 받은 「샤론」은 부대를 이끌고 요르단 강 서안의 키브야 마을을 공격, 46채의 가옥을 폭파시키고 부녀자를 포함한 69명을 잔인하게 살해했다. 이 사건은 그후 유엔 안보이사회에서 문제가 돼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의 소리가 드높았지만 「벤구리욘」당시 수상이 그의 대담성을 인정해 처벌만은 면할 수 있었다.
그의 이러한 모험심은 한편으로 영예와 재난을 동시에 안겨주기도 했다.
56년 수에즈전쟁 당시 그는 「다얀」장군의 지시를 무시한 채 휘하 장병을 시나이반도에 있는 미틀라 계곡에 침투시켰다가 군복을 벗을 뻔한 일도 있다.
장교단이 그의 징계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그의 전투능력을 높이 평가한「다얀」이 이를 묵살해 버렸다.
그는 전장에서만이 아니라 가정에서도 시련을 겪었다.
60년대 초 그의 첫 부인이 자동차사고로 죽고 그 2년 후에는 9살 난 아들이 장전된 총을 가지고 놀다가 목숨을 잃었다. 그후 첫 부인의 동생 「리리」와 결혼, 현재 두 아들을 두었다.
60년대 말 그는 40만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있는 가자지구의 치안책임을 맡았으며 그는 테러를 일삼는 90명의 게릴라 명단을 작성, 소탕작전을 지휘했다. 그의 부하들이 2백 명의 게릴라를 살해하는 바람에 당시 국방상이던「다얀」의 노여움을 사 군을 떠나야 했다.
그후 자유당에 잠시 입당했던 그는 73년 「10월 전쟁」이 터지자 시나이반도에 있는 기갑사단의 지휘관으로 복귀했다.
전쟁 후 크네세트 (이스라엘 의회)에 진출했다가 의회정치에 염증을 느껴 사임했다.
그는 그후 스롬지올(시온의 평화) 당을 만들어 77년 총선을 통해 「베긴」과 이스라엘 최초의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이어 국방상에 취임했다.
만일 「베긴」수상이 건강 등의 이유로 수상 직을 물러나게 된다면 그가 이스라엘의 다음 수상이 되리라는 예상도 나돌고 있다.
그러나 그의 초 강경자세에 대한 비판도 세차다. 『건초더미에 들어간 바늘 (팔레스타인게릴라)을 빼내기 위해서는 정교한 핀세트를 써야지 불도저의 강판으로 밀어 붙여서야 되겠는가.』
이스라엘의 언론들은「샤론」이 주도한 레바논침공을 그렇게 비난하고있다.

<뉴스위크·6월21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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