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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징역 36년 선고 … 살인 혐의 무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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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준석 세월호 선장(왼쪽 둘째) 등 승무원 15명에 대한 선고 공판이 11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재판부는 이 선장에게 유기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징역 36년을 선고하고 승무원들에게는 각각 징역 5~30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 선장에게 사형을 구형했었다. [광주 로이터=뉴스1]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의 핵심 책임자인 선장 이준석(69)씨에 대해 법원이 징역 36년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이씨 등의 승객 방치 행위를 살인으로 보고 사형을 구형했던 검찰 판단과 다른 것이다.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 임정엽)는 11일 이씨 등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이씨에게 유기치사·상과 선박매몰, 해양환경관리법 위반죄 등을 적용해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선체가 계속 기울면서 침몰하는 상황에서 승객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고 배에서 탈출하도록 돕지 않고 버려둔(유기) 행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1등 항해사 강원식(42)씨와 2등 항해사 김영호(46)씨에 대해서도 유기치사·상 혐의 등만 인정하고 징역 20년, 징역 15년을 각각 선고했다. 다만 기관장 박기호(53)씨에 대해선 크게 다친 조리부 승무원 2명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를 인정해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또 3등 항해사 박한결(25·여)씨 등 나머지 승무원 11명에 대해 징역 5~10년씩을 선고했다.

 이번 재판의 최대 쟁점이었던 선장 이씨 등의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것은 살인의 고의성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려면 (이씨 등이) 승객들이 죽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아는 정도를 넘어 그 결과가 일어나도 된다는 내심(內心·속마음)의 의사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조타실에서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에 계속 구조요청 교신을 했고 ▶해경이 도착한 것을 승무원들이 목격한 만큼 구조를 기대했을 것이라는 점을 제시했다.

 특히 선장 이씨가 퇴선 지시를 했다는 주장이 인정되면서 무죄 판단의 결정적 근거가 됐다. 이 부분에 대해 선원들의 진술이 엇갈렸지만 재판부는 “이씨가 해경 경비정이 도착할 무렵 2등 항해사에게 승객 퇴선 지시를 한 점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승객들이 먼저 퇴선하면 선원들은 차례가 뒤로 밀릴 것을 우려해 고의로 퇴선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해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당시 바로 옆에서 굴러떨어진 조리부 선원 2명을 두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배에서 내린 기관장 박씨에 대해선 “세월호가 곧 침몰할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고 그대로 둘 경우 사망할 것이란 점을 알고 있었다”며 ‘부작위(不作爲·기대되는 의무를 하지 않음)에 의한 살인’의 책임을 물었다.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이 국민의 법 감정에 비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동료 승무원을 두고 온 건 살인의 인식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 배에 갇힌 아이들을 버리고 온 건 인식이 없다고 본 것은 지나친 기계적 법 해석”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28사단 윤 일병 사망 사건의 주범 이모(26) 병장에게 징역 45년형이 선고된 것과 비교하면 이 선장에게 선고된 징역 36년은 가벼운 것”이라고 했다.

 법원은 선고할 수 있는 최고 형량이 나왔다는 입장이다. 법원 관계자는 “유기징역의 최고 형량은 30년이고 다른 죄가 있을 경우 절반까지 추가할 수 있지만 인정된 다른 죄의 최고 형량을 더한 것은 넘을 수 없다”고 했다. 이 선장의 경우 나머지 죄의 최고 형이 각각 3년씩이어서 총 36년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날 판결에 대해 검찰과 피고인들 모두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영선·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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