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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에「일의 경험」을…"|이연섭 교수 중앙 문화센터 강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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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중앙문화센터에서는 12일 하오 2시부터 5시까지『자녀의 진로연구』(이연섭·중앙대 아동교육)와『오늘의 세계』(김영희·중앙일보 논설위원)란 주제로 특별강연회를 열었다 중앙일보 별동 강당(비원 앞)에서 열린 이 날 강연회에서 이 교수는 자녀들에게 일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체험으로 알게 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으며 이러한 경험은 어려서부터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의 강연을 요약한다.
청소년들은 발달상의 문제가 무엇이든, 또 그들의 생각이나 이상이 무엇이든 최종적으로 닿는 곳은 일의 세계다. 직업을 통해 청소년들은 그들의 이상과 가치 및 인생설계가 무엇이든 현실검증을 받아야 한다. 일 또는 직업을 통해서 청소년들이 처음 체험하는 것이 현실 돈= 사회에 대한 실망·환멸·불안 또는 어느 직장에서나 발견될 수 있는 단조로움·욕구 좌절 등일지라도 바로 이리한 냉엄한 현실 속에서 청소년들은 자기의 장래, 자기의 가치관, 자기의 희망이 급전직하하는 것을 알게 되고 그 갈등을 어떻게 이겨 나가야 하는가 하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에 부닥치게 된다. 젊은이들과 이야기해 보면 누구나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퍽 이상적이며 이러한 이상을 현실적으로 어떻게 실현시켜야 할 것인 가에는 전혀 쑥 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젊은이들은 이상을 가지면 곧 그것이 현실화되는 줄로 알고 있고 이상을 실현하지 못한다고 생각되면 모두 바보나 위선으로 간주하는 경향조차 있다.
청소년의 진로지도란 이런 점에서 볼 때 단순한 대학 진학의 과 선택이나 장래직업으로 어떤 직종을 선택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관련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자녀들에게 일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체험으로 알게 해야 하며 이러한 경험이 어려서부터 주어져야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직장 또는 생애 직이 그 사람의 전부를 의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직장의 세계를 초·중·고생에게 어떻게 소개하고 있으며 또 참으로 무의미한 또는 사소한 동기에 의해 진로가 결정되고 있는 것을 볼 때 놀라울 정도가 아니라 허무해져 버린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의 하나가 청소년들에게 일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일의 경험을 통해서 우리의 청소년들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첫째, 어른의 세계와 아이들의 세계에 있을지도 모르는 서로의 장벽을 깨뜨릴 수 있다. 일의 세계는 현실의 세계이며 막연한 공상의 세계가 아니므로 자라는 청소년들이 성인의 세계를 접할 수 있게 됨으로써 공통의 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둘째, 청소년은 일을 통해서 사회와 관계를 맺기 시작함으로써 보다 현실적으로 자기의 정체와 능력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사회적 자아의 발견은 결국 모든 청소년들이 꿈과 공상에서 깨어나 사회 일원이 되는 과정에서 반드시 봉착하는 과정이므로 일찍부터 일의 경험을 하는 것이 중은 것이다.
세 째, 책임 있고 목적이 분명한 생활을 하는 한 시민으로서의 성장도 단순히 어른들과의 대화가 아니라 실제로 일을 함으로써 길러진다는 특성이다. 따라서 일을 시켜 보는 것은 단순히 금전상의 이유가 아니라 청소년의 발달과업을 완성하게 하는 것이다. 연령층으로 단절돼 있는 우리 사회에서 50대 30대 20대 등등이 서로 그 세대의 특징을 유지하면서 상호간 심층적인 교류가 적고 점점 고도의 기술을 요하거나 전문적 지식을 요하는 직업이 증가함에 따라 청소년들이 기성 직업인과 직접 상호작용을 할 기회가 극히 제한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넷째, 이러한 일의 경험을 통해서 직업에 대한 흥미·탐색·새로운 가치관 등등이 형성되어 간다고 할 수 있다. 직업 사전에 나타난 4만7천 종의 직종 중 대부분은 필자를 포함해서 학부모·교사·상담교사에 이르기까지 우리 모두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다. 학교나 가정에서 직업지도에 활용할 수 있는 전문적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직업정보센터가 있어야 한다.
보다 전문적인 진로지도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조직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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