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대기업은 풍성 중소기업은 궁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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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쪽에서는 돈이 남아돌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더 심한 자금난에 쪼들리고 있다. 계속 돈이 풀리고 있는 가운데 자금의 양극화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자기신용으로 발행하는 CP(신종기업어음)를 보면 신용 있는 몇몇 대기업의 발행금리가 최근 한달 사이에 2%정도가 떨어저 17%선에 거래되고 있는 반면 자금사정이 나쁜 기업들은 20%선에 발행해도 제대로 소화가 안되고 있는 형편이다.
자금여유가 있는 기업의 발행금리는 자주 내리고 있는데 정작 돈이 급한 기업들은 금리를 높여도 팔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단자회사들도 최근 기업예금이 크게 늘어나 1백억원 규모의 은행차월을 전혀 이용하지 않고 있으며 돈이 남아돌아 돈 안 떼일 일부기업들을 상대로 자금세일즈를 벌이고 있다.
5월중 단자회사의 여수신동향(종금포함)을 보전 4월보다 예금받은 것은 6백45억원이 줄었는데 대출규모는 1천4백억원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계속되는 불황에다 사채충격까지 겹쳐 빌려 줄만한 건실한 기업은 돈을 빌으려 하지 않는 반면 빌려달라는 기업들은 미덥지 못해 대출을 꺼리고 있는 것이다.
한편 갈데 없는 돈은 안전하고 수익성이 높은 투자신탁쪽으로도 몰려 5월중에 양 투자신탁회사의 수탁금 증가액은 1천3백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돈이 남아도는데도 금융시장 주변에는 연일 건설업체를 중심으로 기업들의 부도설이 나돌고 있으며 이들의 사채어음할인은 거의 중단상태에 빠져 자금사정이 나쁜 회사들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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